미국인들의 노후설계는 금융투자 교육으로 시작된다. 유치원 때부터 주식시장이나 금융상품에 대한 교육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부모들은 자식들에게 주식투자를 권하며 일종의 시딩머니를 제공한다. 돈의 씨앗을 뿌리는 셈이다.
◇주식 장기 보유해 세금 아낀다=고등학교에서는 투자전략대회·모의투자주식대회 등을 통해 주식투자에 대한 노출 빈도가 높아진다. 현재 미국 50대 중산층의 평균 포트폴리오를 보면 주식 비중이 50~60% 수준으로 높다. 특히나 대부분이 매매 시 발생하는 세금을 피하기 위해 장기간 보유한 종목들이다. 투자자들은 주식을 매매한 지 1년 내 팔 경우 35%의 세금을 내지만 1년 이상 보유한 뒤 매매하면 투자자의 소득수준에 따라 적게는 15%에서 많게는 20%까지 세금을 줄일 수 있다.
미국 투자자들의 금융상품 투자 비중이 높은 것은 주식·펀드 등의 투자에 포괄적인 세금 혜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학 입학 이후 학자금을 시작으로 결혼 후 내 집을 갖기까지 목돈을 마련하기 위해 허덕이는 한국의 2030세대와 다른 금융환경은 미국인들이 일찌감치 노후설계를 할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한다.
20대에 직장생활을 시작하는 투자자들은 모기지론을 이용해 장기간 할부하는 방식으로 집을 산다. 이 경우 매년 35%의 세금절감 효과가 나타난다. 모기지론은 65세부터 역모기지 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은행은 투자자가 원할 경우 집에 대한 가치산정을 해 매달 일정 금액을 연금처럼 지불한다. 최소 5,000만달러부터 산정된다. 또 주식을 보유한 주주들에게 배당금 외에 지급되는 로열티 제도는 투자자들을 장기투자로 유도한다. 로열티는 배당수익 외에 분배되는 이익을 매월 지급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셰일가스·오일 등을 생산하는 기업의 지급 비율이 높다. 유가 변동성을 일정 부분 헤지하는데다 주식에 채권 수익률이 더해진 개념이라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다.
◇세계 최대 펀드시장, 노후설계의 기반=퇴직연금이 활성화될수록 미국 주식시장은 물론 펀드시장 규모까지 확대되고 있다. 현재 미국의 펀드 투자규모는 21조달러로 유럽(14조달러) 등보다 월등히 높다. 지난해 말 미국에 등록된 자산운용사의 자산규모는 19조2,000억달러가량으로 1년 사이 1조1,000억달러가 늘었다. 이 중 뮤추얼펀드는 16조3,000억달러를 차지한다. 자산종류별로 보면 미국 주식 42%, 글로벌 주식 14%, 채권 22% 순이다. 결국 미국 가계는 금융자산의 22%를 펀드를 통해 투자하는 셈이다. 타깃데이트펀드(TDF)가 활성화됨에 따라 채권의 비중도 늘어나고 있다. 한 미국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IRA·DC플랜·401K플랜 등의 성장으로 20년간 펀드 자산이 크게 늘었다”며 “연금제도는 1년에 5,500달러까지 세금 공제가 되고 50세부터는 6,500달러씩 공제되기 때문에 다른 방식으로 자산을 굴리는 것보다 훨씬 이득”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여유자금이 있는 투자자들은 어뉴이티에 가입한다. 이는 은퇴자금 관리와 사용을 위해 활용되는 금융상품이며 일반적으로 보험사들의 상품이다. 이는 IRA나 401K 같은 세금유예 혜택이 있어 이자나 투자수익이 나도 인출 시까지 세금을 내지 않는다. 폴 한 뉴욕생명 재무상담가는 “부동산 거래가 수월한 한국과 달리 미국은 부동산 투자 시 대단히 많은 수고와 노력이 필요해 비교적 수월한 주식이나 펀드를 선택한다”며 “주식으로 증여·기부하게 되면 절세 효과도 상당해 이를 활용하는 투자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뉴욕=박시진기자 see1205@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