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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위원장은 지난 5월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도 “순환출자가 재벌그룹 총수 일가의 지배권을 유지·승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그룹은 현대차그룹 하나만 남았다”며 공개적으로 언급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의 언급이 아니더라도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 개편은 재계와 증권가의 최대 관심사가 된 지 오래다. 국내 5대 대기업 집단 중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가장 더딘 곳이 현대차그룹이기 때문이다. 순환출자 해소와 금산분리,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 재벌개혁을 앞세워 집권한 문재인 정부에서 현대차 역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김상조 “순환출자 문제 해결 대상 현대차그룹이 유일”=국내 대기업 집단의 지배구조와 관련해 늘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순환출자 고리를 바탕으로 적은 지분을 가진 총수 일가가 그룹을 지배하면서 일감 몰아주기 등 각종 폐해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도 예외가 아니다. 현대차그룹의 지배구조는 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현대차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구조로 이뤄져 있다. 현대차가 기아차 지분 33.88%를 보유하고 있고 기아차는 모비스 지분 16.88%를 갖고 있다. 그룹 총수인 정몽구 회장은 현대차 5.2%, 모비스 6.96%의 지분으로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그룹 경영권을 승계할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꾸준히 주력 계열사 주식을 사 모으고 있지만 보유지분이 현대차 2.28%, 기아차 1.7%에 불과하다. 순환출자 구조의 핵심인 모비스 지분은 한 주도 갖고 있지 않다.
다른 대기업 집단과 마찬가지로 현대차그룹 역시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내는 등 지배구조를 개편하는 과정에서 가장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하는 것이 경영권의 안정적인 승계다. 정 부회장이 현 상황에서 경영권을 승계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기아차가 보유한 모비스 지분을 취득하는 것이다. 모비스를 지배하면 현대·기아차를 모두 지배하는 동시에 지난 2014년 이후 금지된 신규 순환출자도 해결할 수 있다.
문제는 모비스 지분을 취득하는 데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이다. 21일 종가(25만2,500원) 기준으로 모비스 지분 16.88%를 매입하는 데 드는 비용이 4조원을 넘는다. 정 부회장이 현대글로비스 지분(23.3%)과 현대엔지니어링 지분(11.7%)을 모두 팔더라도 4조원에는 크게 못 미친다. 일각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을 모회사인 현대건설과 합병하거나 기업공개(IPO)를 통해 정 부회장의 지분 가치를 높이는 방안도 제기하지만 이를 추진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리는데다 주주들이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여기에 기존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해소하도록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돼 있어 정 부회장의 모비스 지분 취득이 ‘모범 답안’이 아니라는 평가가 우세하다.
이와 관련해 고태봉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제철을 둘러싸고 신규 순환출자 고리가 발생하는 것은 지주사 전환이라는 큰 그림에서 지엽적인 문제에 불과하다”면서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현대글로비스도 현물 출자할 수 있어 일감 몰아주기 문제 등도 해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현대차그룹은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순환출자 해소는 물론 일감 몰아주기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는 대기업 총수 일가의 부당한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근절을 위해 제재 기준이 되는 상장사 지분율 요건을 기존 30%에서 20%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해당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정 부회장은 내부거래 비중이 70%에 육박하는 글로비스 지분을 줄여야 한다.
재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이 지주사로 전환할 가능성이 여전히 높게 점쳐지지만 실제 추진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많아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 “순환출자 고리 해소와 지배구조 개편이 하루아침에 해결하기 힘든 문제인 만큼 공정위를 비롯한 정부가 시간을 두고 개편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행경·김희원기자 sain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