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中 상장사 검증 '되는 방법' 찾아라

조양준 증권부 기자

“중국 업체가 다른 나라보다 상장 관련 서류를 잘 구비한 경우가 오히려 많은 사실을 아세요. 등기 제도가 발달해서인지 요청만 하면 바로바로 넘겨줍니다.”

중국 업체의 국내 증시 상장 주관 경험이 많은 한 증권사 임원 A씨의 말이다. 증권사·회계법인이라고 검증을 허투루 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상장 준비기간 동안 대상 회사 관계자와 자료·재무제표 등을 질리도록 본다. 특히 지난 2007년부터 중국 상장사 22개 중 8개가 상장폐지로 ‘불명예 퇴장’한 만큼 검증 강도는 몇 배나 높아졌다고 한다. 그럼에도 성실히 날아오던 서류가 실은 ‘가짜’였고 멀쩡해 보였던 기업이 분식회계, 허위공시투성이로 판명되는 일이 끊이지 않는다. 몇 년 전 상장 직후 주관사인 대형 증권사 대표들이 자기 직원들에게 ‘이 주식 유망하니 사라’고 추천했다가 얼마 못 가 해당 중국 기업이 상장폐지 돼 망신당한 일은 증권가의 ‘전설’처럼 전해진다.


면죄부를 주자는 게 아니다. 오히려 책임 소재를 묻는 일마저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금융당국은 올 초 증권신고서 부실기재 시 책임을 대표 주관사뿐 아니라 인수단에 참여한 모든 증권사로 확대해 묻는 내용으로 자본시장법 시행령을 개정했다. 그런데 2013년 시장을 한바탕 뒤집어놓았던 고섬의 공동주관사 미래에셋대우와 한화투자증권은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과징금 부과 취소소송을 내 이미 지난해 승소했다. 책임이 없다는 게 아니라 모든 것을 증권사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다는 게 판결 취지다. 결국 피해자들이 비싼 변호사 비용을 대가며 소송을 걸어야 하는 ‘자력 구제’만 방법으로 남는다.

A씨는 “상장 경험을 많이 쌓는 길 밖에는 (부실 검증의) 다른 길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수많은 피해자 양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일을 특정 증권사, 회계법인 직원의 ‘보는 눈’에만 맡겨야 되겠는가. 중국에 사람을 파견하든 현지 인력을 지원받든, 또 다른 어떤 것이든 ‘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금융당국이 나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검증도, 책임 추궁도 모두 실패하는 일은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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