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륙 전역이 21일(현지시간) 99년 만의 개기일식으로 흥분의 도가니에 휩싸였다.
말 그대로 세기의 장관으로 기록될 개기일식은 이날 오전 10시 15분(미 태평양시간·한국시간 22일 새벽 2시 15분) 미 서부 태평양 연안 오리건 주(州)부터 시작됐다.
상주인구 6,200명의 시골 마을 마드리스에는 10만여 명의 인파가 몰려 천체의 신비가 만들어낸 우주 쇼를 지켜봤다. CNN, ABC, NBC, CBS 등 미국 주요 방송과 미 항공우주국(NASA)은 생중계로 시시각각 ‘세기의 일식’ 순간을 전하느라 바빴다.
미국 오리건주 마드라스에서 21일(현지시간) 달이 태양을 완전히 덮는 개기일식이 관찰되고 있다./UPI연합
AP통신은 “1918년 이후 99년 만에 대륙의 해안에서 해안으로 이어진 개기일식이 96∼113㎞의 넓이로 미 대륙을 관통했다”며 “이번 개기일식은 역사상 가장 많이 관측된, 그리고 가장 많이 촬영된 천체 현상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전했다.이날 일식은 태평양 시간으로 오전 10시 15분이 막 지나자 오리건 주 마드리스 등 주요 관측지역에서 달이 태양을 완전히 가리면서 시작됐다. 주변에 어둠이 깔리면서 관측지역에 몰린 인파에서 잇달아 탄성이 쏟아져 나왔다.
일식이 가장 먼저 도달한 오리건 주 해안인 뉴포트에서 달이 태양을 가리는 순간을 포착한 관측자들은 “검은 원을 만들고 이어 그 주변으로 다이아몬드 링처럼 빛이 새어 나왔다”고 전했다. NASA의 알렉스 영은 “인간의 달 착륙과 비견될 만한 장면이었다”고 말했다.
이번 개기일식은 오리건, 아이다호, 와이오밍, 네브래스카, 캔자스, 미주리, 일리노이, 켄터키, 테네시, 조지아, 노스캐롤라이나,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14개 주를 관통하며 4,200㎞에 걸쳐 1시간 33분 동안 이어졌다. 개기일식의 통과 속도는 시속 2,100마일(시속 3,380㎞)로 측정됐다. 찰스턴의 관측자들은 미 대륙에서 개기일식을 볼 수 있는 마지막 순간을 만끽했다.
켄터키에서는 태양의 외곽대기인 코로나가 선명하게 포착됐다. 뜨거운 가스를 내뿜는 코로나는 평소에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개기일식을 통해 그 화려한 모습을 드러냈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뉴욕 = 손철 특파원 runiro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