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중은행 영업부 주택담보대출 전담 창구의 모습/서울경제DB
갚아야 할 빚이 소득보다 많은 채무자가 118만명가량 되는 것으로 추정됐다.22일 정세균 국회의장실이 나이스(NICE)평가정보 제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 6월 말 기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100%를 넘는 채무자는 118만 명으로 추산됐다. DSR는 채무자의 연간 원리금(원금과 이자) 상환 추정액을 연간 소득 추정액으로 나누고 100을 곱한 값이다. 원리금 상환액은 만기, 금리 등을 추정하고 균등분할상환을 가정했으며 소득은 근로소득, 사업소득 등 나이스평가정보 모형을 통해 추정했다. DSR가 100%를 넘는다는 것은 한마디로 채무자가 소득으로 빚을 모두 갚을 수 없다는 것이다. 채무자가 그동안 모아둔 자산이 있을 수 있지만, 채무상환능력이 취약한 것으로 추정된다.
DSR가 100%를 넘는 채무자는 2013년 말 72만명에서 2014년 말 80만명, 2015년 말 97만명, 2016년 말 111만명으로 점차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014년 말과 올해 6월을 비교하면 3년 6개월 동안 38만명(47.5%)이나 증가했다. DSR가 60%∼100%인 채무자도 2014년 말 129만명에서 올해 6월 171만명으로 42만명(32.6%) 늘어난 것으로 추정됐다.
이는 한국은행의 지속적인 금리 인하와 정부의 부동산 규제 완화 정책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대출이 쉬워지자 주택 마련, 생활비 등에 쓰려고 무리하게 빚을 내는 가계가 급증한 것이다. 금융사들 역시 개인의 소득 수준을 크게 따지지 않고 대출해준 경우가 많았던 것도 이유다.
전반적인 DSR도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다. 올해 6월 말 기준 채무자의 1인당 연평균 소득은 3,719만원, 연평균 원리금 상환액은 1,330만원이다. 평균 DSR는 35.7%로 2014년 말(31.3%)보다 4.4% 포인트 올랐다.
연령별 DSR로는 지난 6월 70대 이상이 55.5%로 가장 높았다. 30대(39.2%), 40대(35.7%), 60대(34.8%), 50대(34.6%)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30대 채무자의 DSR는 3년 6개월 동안 6.9% 포인트 상승했다. 사회초년생이 많은 젊은층이 집을 사려고 대출을 많이 받은 탓으로 보인다.
DSR가 높은 채무자는 금리 인상 등 여건 변화가 생기면 충격을 받아 연체할 가능성이 높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소득보다 원리금상환액이 더 빨리 증가하면서 연체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특히 추정소득보다 추정원리금상환액이 더 많은 채무자가 118만 명에 달하는 만큼, 이들이 연체의 늪에 빠지지 않도록 맞춤형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우리나라 채무자는 모두 1,857만 명이고 이들이 보유한 채무액은 1,439조 원, 1인당 부채는 7,747만 원으로 파악됐다. 이는 한국은행이 분기별로 발표하는 가계신용(올해 3월 말 기준 1,360조 원) 통계와 기준이 다르다. 나이스평가정보 자료는 한국은행과 달리 개인이 사업 목적으로 빌린 돈을 포함하고 있다. 또 가계신용에는 결제하지 않은 신용카드 사용금액(판매신용)이 들어가지만 나이스평가정보 자료는 판매신용을 포함하지 않는다.
/성윤지인턴기자 yoonji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