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후지쓰가 투자펀드 및 각국 전자업체들과 접촉하며 휴대폰 사업 정리를 모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후지쓰는 다음달 사업 매각을 위한 1차 입찰을 실시할 계획이며 매각금액은 수백억엔 규모로 예상된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 화웨이와 대만 훙하이정밀공업 등 중국계 제조사들과 일본 폴라리스캐피털그룹, 영국 CVC캐피털파트너스 등 투자펀드가 인수 후보군으로 거론되고 있다.
후지쓰를 비롯한 일본 휴대폰 제조사들은 과거 세계 표준과 동떨어지지만 일본 고객들이 원하는 기능을 담은 제품들을 내놓으며 내수시장에서 독자적으로 진화해왔다. 글로벌 시장과는 거리가 먼 일본 휴대폰 시장의 특성은 고립된 환경에서 독자적인 생태계가 형성된 남미 갈라파고스제도에 비견되기도 했다.
하지만 2008년 애플의 아이폰 출시 이후 휴대폰 시장이 스마트폰 중심으로 재편된데다 중국계 기업들의 저가 물량공세까지 거세지면서 일본 기업들은 내수시장마저 외국 기업들에 잠식되기 시작했다. 2008년 미쓰비시전기를 시작으로 2012년 도시바, 2013년에는 NEC와 파나소닉이 휴대폰 사업에서 철수하고 샤프도 대만 훙하이로 넘어간 가운데 이번에 후지쓰까지 사업을 철수하면 일본 휴대폰 제조사는 교세라와 소니 2곳밖에 남지 않는다.
시장조사 업체 IDC재팬에 따르면 올 1·4분기 기준 일본 휴대폰 시장 점유율은 애플이 48.4%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으며 나머지를 놓고 교세라(11.5%), 샤프(10.4%), 소니(7.9%), 후지쓰(7.4%)가 각축을 벌이고 있다. 후지쓰의 경우 2011년도에 800만대 이상을 판매했지만 올해는 310만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후지쓰는 2016년 2월 분사해 설립한 휴대폰 계열사를 매각한 뒤에도 브랜드를 유지하고 지분 일부를 계속 보유하겠다며 이번 결정은 사업 철수가 아닌 비핵심 사업 성장을 위한 제휴 파트너 모색에 방점이 찍혀 있다고 설명했다. 후지쓰는 이날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제휴를 포함한 다양한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으며 아직 결정된 바는 없다”고 강조했다.
/연유진기자 economicus@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