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4차혁명 위해 규제 샌드박스 도입해야

박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2017년에 인터넷은행 두 곳이 출범했다. 카카오뱅크는 2주 만에 200만명이 가입했다고 한다. 연중무휴에 24시간 영업이 가능하지만 점포가 없어 그만큼 비용절감이 가능하고 수수료도 낮다. 공인인증서나 대면거래가 필요 없고 데이터 기반의 신용평가를 통해 대출도 가능하다. 혁신적인 이용자 중심 핀테크의 진면목이다. 반면 혁신은 안정적이지 못하다는 인식으로 안정성을 담보하도록 규제가 이뤄진다. 합리적인 규제라도 불편하기 마련이다. 안정적 혁신에 대한 소비자의 기대가 큰 이유다.

혁신을 이끄는 기술 자체는 중립적이다. 어떤 용도로도 사용 가능하며 용도에 따라 가치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기술 발전은 법과 제도에 앞서 예기치 못한 상황을 발생시킨다. 예를 들면 해킹에 의한 개인정보 유출은 강력한 개인정보 규제를 가져왔고 테슬라의 자율주행 중 발생한 교통사고는 자율주행의 규제 강도를 높일 것이다. 안전이 문제 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편에서는 기술 테스팅을 위해 자율주행차에 임시운행 허가를 내주고 있다.


우리 법체계는 새로운 서비스나 신기술에 대해 원칙적 금지와 예외적 허용 방식을 취한다. 시장의 판단이 아닌 규제당국이 판단하는 것이다. 그렇지만 기술이나 서비스가 어떻게 발전할 것인지 예측하기 어렵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규제 완화를 요구한다. 규제가 산업발전에 저해된다는 이유로 포괄적 허가를 의미하는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기술 중립적 규제와 네거티브 규제를 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산업경쟁력 확보와 안전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규제와 진흥도 다르지 않다. 다만 이 과정에서 나타나는 문제점을 개선해가는 문화가 만들어져야 한다. 문제는 규제 개선의 노력 없이 방치하기 때문이다. 당국은 해당 규제가 시장과 기술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모니터링해야 한다. 신기술의 시장 출시가 막히면 데이터 확보가 어렵거니와 개선방안을 찾기도 쉽지 않다. 이를 개선할 방안이 규제 샌드박스(regulatory sandbox)의 도입이다. 샌드박스란 아이들이 자유롭게 놀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의미하는 개념으로 일정 기간 동안 기존 규제 없이 신기술 개발과 테스트가 가능하다. 영국은 지난해 핀테크 산업의 발전을 위해 도입한 바 있다.

규제개선을 위해 4차 산업 혁명기에 정부의 책무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2017년 7월, 중국은 ‘새 시대 인공지능 발전 계획’을 발표했다. 인공지능 기술·산업·인력을 위한 야심 찬 계획이다. 우리도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통해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규제는 더 이상 답이 아니다. 무엇보다 우선적인 정부의 책무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공정경쟁이 이뤄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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