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는 단어조차 낯설었지만 지난 2000년 ‘IT붐’과 함께 익숙해졌다. 바이오도 ‘바이오붐’을 타고 지금은 익숙한 용어가 됐다. IT가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미래의 꿈처럼 보였던 것들을 현실로 만든 것처럼 바이오도 꿈을 현실로 만드는 기술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필자는 IT와 바이오가 유사한 점이 많고 IT산업의 발전 과정이 바이오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믿는다. 그중에서도 IT 산업화 과정에서 나타난 두 가지 특징, ‘플랫폼’과 ‘후발주자’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선 IT는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결국 ‘플랫폼’이 핵심이 됐다. IT산업 초기에는 인터넷전화 등 새로운 아이디어와 신기술을 이용한 콘텐츠가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른 후 허상으로 사라져 버린 경우가 많았다. 콘텐츠가 아닌 플랫폼이 우선시됐고 최후 승자가 됐다. 든든한 플랫폼 위에서 콘텐츠가 융성해질 수 있었고 산업화도 제대로 이뤄질 수 있었다.
BT산업도 마찬가지다. 결국 플랫폼이 핵심이다. 그렇다면 BT에서 가장 중요한 플랫폼은 뭘까. 가령 바이오의약품의 경우 표준화된 생산이 매우 어렵고 까다롭다. 그래서 생산능력을 가장 중요한 플랫폼으로 꼽을 수 있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 있어도 표준화된 대량생산으로 구현해내지 못하면 의약품을 만들 수 없다. 이 점이 바이오의약품과 합성의약품의 근본적 차별점이다. 셀트리온·삼성바이오로직스 등과 같은 대규모 바이오의약품 생산회사 덕분에 한국의 바이오가 세계적으로 큰소리를 칠 수 있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다른 하나는 ‘후발주자’다. IT에서 큰 성공을 이룬 기업은 ‘초기 개척자(first mover)’가 아니라 ‘후발주자(second generation)’라는 점이다. 한국 시장에서는 ‘다음’이 아닌 ‘네이버’가 승승장구하며 성장하고 있고 글로벌에서는 야후·코즈모닷컴 등이 아닌 후발주자 구글과 아마존 등이 진정한 승자로 인정받고 있다.
바이오산업도 마찬가지다. 후발주자들은 초기 개척자들이 겪은 제도상의 미비점이라든가 실패 경험을 교훈으로 삼을 수 있다. 장기전을 펼쳐야 하는 바이오의약품 개발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최대한 줄이고 개발기간도 단축할 수 있다. 동시에 의약품 개발에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진다.
최근 바이오 시장에 훈풍이 다시 불고 있다. 지난해 신생 바이오 벤처기업은 440곳을 넘었다. 2015년 202개에서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로 1차 벤처붐이 불었던 2000년의 288개보다 많은 수치다.
그러나 이번 훈풍이 과거처럼 단순한 버블로 끝나서는 안 된다. ‘꿈의 바이오’도 결국은 돈을 벌어주는 산업화로 연결해야 한다는 점을 우리 모두 명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규모 라이선싱 아웃을 지상과제로 삼는 첨단기술 콘텐츠 개발회사, 일명 파이프라인 회사보다는 실질적인 매출과 수익을 내는 플랫폼을 갖춘 회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미래 유망산업으로 인공지능(AI)과 함께 바이오가 꼽힌다. 21세기는 바이오 주도권을 갖는 나라가 강대국이다. 세계 각국은 바이오 분야가 성장할 수 있는 환경과 생태계 구축에 적극 나서고 있다. 우리도 아직 늦지 않았다. 바이오 분야의 저력도 상당하다. 대한민국의 바이오 기업들이 세계 시장을 호령하고 글로벌 바이오 시장을 주도하게 될 미래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이혁종 바이넥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