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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슨홀 미팅은 처음부터 주목받은 행사가 아니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12개 지역연준의 하나인 캔자스시티 연준이 1978년 지역의 특성에 맞춰 농업 학술대회를 개최하면서 출발했다. 그저 그런 세미나가 유명세를 탄 것은 1982년 당시 폴 볼커 연준 의장이 참석하면서부터다. 캔자스시티 연준은 볼커 의장이 플라이 낚시광이라는 데 착안해 그를 송어 낚시를 하기 좋은 잭슨홀로 초청했다. 이때부터 지금 같은 경제정책 심포지엄으로 자리 잡았다. 다만 볼커 의장의 참석 후에도 늘 세계적 주목을 끈 것은 아니다. 휴식을 겸해 풍광을 즐기면서 고담준론을 논하는 학술대회의 성격이 짙기 때문이다. 그런 탓인지 한국은행 총재도 대개 임기 4년 중 한 번꼴로 참석했다. ‘놀러 간다’는 시각이 부담스러워서다. 이성태 전 총재와 이주열 현 총재는 각각 부총재와 부총재보 시절 참석했다는 이유로 총재 재임 때는 가지 않았다.
2008년 월가발 금융위기는 잭슨홀 미팅을 세계 경제의 주요 이벤트로 격상시켰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은 그해 개막연설에서 “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준비가 돼 있다”며 금리 인하를 예고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1개월 전이다. 위기의 전조인 서브프라임 부실이 강타할 때도 “월가 구제는 중앙은행의 임무가 아니다”라며 버틴 버냉키다. 2·3차 양적완화 조치도 잭슨홀 미팅에서 예고됐다. 24~26일(현지시간) 열리는 잭슨홀 미팅을 앞두고 글로벌 금융시장이 숨죽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 수장이 통화 긴축 강도에 대한 힌트를 줄 가능성 때문이다. 위기의 고비마다 빅 이벤트가 된 잭슨홀 미팅이 연찬회의 본모습으로 조속히 되돌아가기를 기대해본다. /권구찬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