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터리] 자랑할 만한 학교 화장실 만들기

류경기 서울시 행정1부시장



학생들이 학교생활에서 가장 불편함을 느끼는 공간 중 하나가 화장실이다. 최근 시민단체인 화장실시민연대가 초등학교 4~6학년생 1,200여명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65% 정도가 학교 시설 중 가장 불편하고 만족스럽지 못한 곳으로 화장실을 꼽았다고 한다. 학부모들은 학교 화장실이 내키지 않아 수업이 끝날 때까지 참고 있다가 집에 가서 볼일을 본다는 아이들이 꽤 많다고 털어놓았다.

서울시는 우리 아이들이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학교의 화장실 문제 하나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고 어떻게 글로벌 도시라고 할 수 있겠느냐는 의지로 이 문제를 다루기로 했다. 더럽고 어둠침침한 학교 화장실을 집 화장실보다 더 쾌적하고 깨끗한 공간으로 변신시킨다는 목표였다. 실제 체감되는 불편을 개선하기 위해서 학부모·교사·전문가는 물론 학생들의 목소리를 디자인 기획부터 공사, 사후 관리까지 전 단계에 반영했다.


설계를 효율적으로 다시 하면서 공간은 더 넓어졌고 칙칙한 벽은 알록달록한 타일로 메워졌으며 조명도 밝게 바뀌었다. 세면대는 깔끔하게 새 단장을 마쳤다. 키가 작은 학생을 배려해 낮은 높이의 세면대도 설치했다. 점심 먹고 양치를 하고 일상적으로 손을 씻고 체육시간 후에는 세수를 하는 곳이다. 양치대도 매년 100개 학교의 복도 곳곳에 추가 설치하고 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수인성 감염병의 50~70%는 손 씻기만으로 예방이 가능하다.

특히 변기의 변신이 눈에 띈다. 수를 대폭 늘리고 서양식 변기로 교체하는 것이 핵심이다. 변기 수는 일부 학교에서는 변기 1개를 39명이 이용할 정도로 열악했던 것을 1개당 적정인원인 11명 이하가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늘려나가는 중이다. 쪼그려 앉아서 볼일을 보는 ‘동양식 변기’가 많은 학교는 오는 2020년까지 ‘서양식 변기’를 80%까지 늘려나간다는 목표로 교체하고 있다.

이 뿐만 아니다. 체육시간에 옷을 갈아입을 수 있는 탈의실, 신발 주머니를 놓을 수 있는 선반, 거울을 볼 수 있는 파우더룸까지 갖춰졌다. 화장실 문을 열면 음악이 흘러나오거나 전체 공간을 밀림·우주·바다 등 콘셉트를 정해 디자인한 이색 화장실도 생겼다.

학생들의 만족도는 97%에 이른다. 직접 참여해서 얻은 결실이기에 자부심과 애착도 높다. 어느 TV프로그램에서 이 사업을 실시한 한 학교 학생들에게 학교의 자랑거리를 물었더니 ‘화장실’이라는 답이 압도적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전국 최저수준이던 서울 초·중·고생의 양치율도 약 60%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서울시와 교육청·자치구는 올해까지 서울 시내 총 1,300여개 초·중·고의 약 절반인 800개교 화장실에 대한 개선사업을 마무리한다. 그리고 2020년까지는 노후하고 비위생적인 학교 화장실을 완전히 퇴출할 계획이다. 학교 화장실 문제는 이제 서울에서 확실하게 해결된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