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회장 /서울경제DB
롯데그룹이 하반기 6,100명을 포함해 오는 2021년까지 7만명에 달하는 신규 채용 로드맵을 내놓았다. 올해부터 3년간 1만명 규모의 비정규직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계획도 밝혔다. 이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해 말 국민과 약속했던 ‘투명·상생경영’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최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 사업 부진 등으로 경영이 어려운 가운데 나온 조치라는 점에서 다른 기업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2021년까지 7만명 신규 채용…정규직 올해 4,600명 전환=롯데의 고용 청사진은 일자리에 목마른 구직시장에 단비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일단 올해 채용 규모는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이다. 상반기에 그룹 공채와 계열사 및 경력 채용 등을 통해 7,200여명을 신규 채용한 롯데는 하반기에 6,100명을 추가 선발한다. 6,100명 중 신입은 공채 900명, 동계 인턴사원 400명으로 총 1,300명에 이른다. 이렇게 되면 올해 전체로는 총 1만3,300여명을 뽑는 셈이다.
눈에 띄는 대목은 올해를 시작으로 2021년까지 연평균 1만4,000명씩, 총 7만명을 새로 뽑기로 한 점이다. 특히 매년 조금씩 채용을 늘려 잡았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300명 정도 늘어난 1만3,600명을 뽑고 해마다 300~400명 정도 늘려 마지막 해인 2021년에는 1만4,700명을 선발할 계획이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계획도 구체화했다. 2019년까지 1만명 규모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바꾸겠다는 목표는 그대로 유지하되 연도별 전환 목표를 확정했다. 롯데는 앞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약 2,000여명의 비정규직 인력을 정규직으로 바꿨다. 추가로 올해 말까지 2,600명, 내년과 내후년에 4,400명 등 총 1만명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킨다는 게 롯데의 목표다. 그룹 관계자는 “정규직 전환 직원들에게도 동일한 승진 기회를 주고 우수 직원에게는 다른 일반직 전환 기회도 줄 예정”이라며 “정규직과 차별 없는 처우를 제공하기 위해 각 계열사가 관련 제도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일자리 모범 기업’ 신동빈의 의지…개혁 작업도 속도=신 회장은 지난해 10월 검찰의 롯데 비리 수사와 관련해 국민과 주주들에게 사과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순환출자 해소, 투명경영 강화, 적극적인 사회공헌활동, 기업문화 개선 등을 개혁과제로 제시하면서 환골탈태를 약속했다. 이번 조치가 나온 데는 이런 배경이 녹아 있다는 분석이다. 내부 개혁 작업은 속도를 내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4월 준법경영위원회를 설립하고 초대 위원장으로 민형기 전 헌법재판소 재판관을 모셔왔다. 또 기존 기업문화개선위원회는 기업문화위원회로 확대 개편했다. 혁신과제를 착실하게 이행하기 위한 방편이라는 게 그룹 측의 설명이다.
지배구조도 손보고 있다. 롯데쇼핑·롯데푸드·롯데칠성·롯데제과 등 4개사의 분할·합병 후 지주회사로 전환이 그 뼈대다. 롯데는 이달 말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를 결정할 예정이다. 신 회장은 최근 부쩍 ‘질적 성장’을 강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질적 성장의 추구는 결과에 대한 책임이 우리에게 있다는 반성의 표시이자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다짐”이라는 소신이 담겼다는 설명이다.
롯데의 혁신 의지는 올 하반기 공채 시험 방식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서류 합격자를 크게 늘려 구직자에게 기회를 더 제공하고 롯데 고유의 조직·직무도 검사인 ‘엘탭’을 별도 전형으로 분리한 게 대표적이다. 공채 인원의 약 40% 이상을 여성으로 선발하기로 한 것도 주목되는 조치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가 내부의 여러 악재를 딛고 채용 규모를 줄이지 않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현재 신 회장 중심으로 추진하고 있는 롯데의 혁신 작업이 향후 얼마나 성과를 내느냐가 그만큼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박성호기자 junpar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