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4분기 국내 금융은행의 부실채권 현황에 따르면 이 시기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1.25%로 지난 분기보다 0.13%포인트 떨어졌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1.79%와 비교하면 0.54%포인트 개선된 수치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본격화되기 직전인 2008년 말의 1.14%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은행의 부실비율은 수치상으로 최저를 기록하고 있지만 은행 일선에서 느끼는 긴장감은 또 이와 다르다. 저금리의 반대 급부라는 점에서 부실비율이 최저를 기록했다고 마냥 안심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장기간 이어져온 저금리로 시중에 유동성이 풍부해지고 상대적으로 연체에 취약한 계층의 연체율이 희석됐다는 것이 일각의 시각이다. 한 시중은행장은 “현재 연체율 저하는 저금리와 풍부한 유동성에서 나온 측면도 어느 정도 있다”면서 “금리 인상이 트리거(방아쇠)가 되거나 경기가 꺾이는 등 여건이 어려워졌을 때 연체율이 급증할 가능성은 상존해 있다”고 말했다.
당국도 이 부분에 대한 부담감을 안고 있다. 금리가 오르면 가계 대출 부실률이 오르고 이에 따라 내수 위축이 장기화되면 자영업자 부실 비율까지 단기간에 늘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은 지난 6월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대출금리가 1.5% 오르면 자산보다 빚이 더 많은 고위험 가구는 6만가구가 늘어난다고 분석했다. 금융부채도 14조6,000억원이 늘어날 것으로 추정했다.
낮아지는 연체율이 일종의 착시효과라는 지적도 나온다. 금융감독원의 한 관계자는 “연체율은 부실채권액을 전체 여신액으로 나눈 값인데 지금까지는 연체율이 늘어도 가계대출 총액이 더 크게 늘면서 분모가 커져 연체율이 낮아지는 착시효과가 있었다”며 “여신 증가 규모가 안정세를 찾게 되면 같은 연체액이라 하더라도 연체율은 다시 올라갈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올 1·4분기 기준 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23조7,000억원으로 2015년 3·4분기 기준 23조2,000억원보다 5,000억원이 더 많았지만 연체율은 당시의 1.41%보다 낮은 1.38%를 기록했다. 2008년 이후 최저 연체율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기업대출 가운데서는 조선업 등 일부 업종의 부실채권 비율이 여전히 높다. 2·4분기 기업 여신 부실채권 비율은 1.81%였지만 조선업과 해운업의 부실채권 비율은 각각 11.97%, 4.79%를 기록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시장 금리 상승에 대비해 은행들이 부실채권을 적극 정리하고 대손 충당금을 충분히 적립하도록 지도할 예정”이라고 했다. /김흥록·김보리기자 ro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