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동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
◇삼성전자(005930)의 AI 생태계 전략 실행 시 경쟁우위 항목
△글로벌 선두 가전제품 업체
=미국 가전제품시장에서 올 1분기에 19.2%의 점유율(트랙라인 기준)로 1위 차지하는 등 스마트홈 부문 인프라 탁월
△세계 1위 스마트폰 업체
=전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올 1분기에 22.7%의 점유율(SA 기준)로 1위 기록하는 등 모바일 플랫폼 부문 경쟁력 탁월
△카오디오 시장 선두업체
=지난해 80억 달러에 자동차용 전자장비 업체인 하만 인수해 자율주행차 시장 진출 용이
△계속되는 빅스비 고도화
=전세계 200여개 국에서 빅스비 서비스하고 있으며 한국어와 영어에 이어 중국어 버전도 조만간 공개
<자료:업계종합>
삼성전자 무선사업부가 ‘빅스비’를 중심으로 한 인공지능(AI) 생태계 구축 전략으로 차세대 먹거리 발굴에 나선다. 스마트폰 사양이 상향 평준화 돼 삼성전자만의 기술 우위가 약화되고 화웨이나 오포, 비보 등의 중국 업체가 빠르게 점유율을 높이는 상황에서 고민 끝에 내놓은 해결책이다.
고동진(사진)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사장은 2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갤럭시노트8’을 공개한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고 “휴대폰만 가지고 지금과 같은 매출과 이익을 낼 수 있는 시간이 언제까지 될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하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지난 5월 무선사업부 전 임원이 모여서 2020년 비전을 만들고 그것을 향해 움직이고 있는 단계“라고 밝혔다. 이어 “스마트폰과 관련돼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 및 가치를 전달할 수 있는 쪽으로 변신이 진행되고 있다”며 “5G 이동통신망이 상용화 되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열어줄 분야가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신사업 모델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말을 아꼈다.
고 사장이 이야기한 새로운 사업 모델은 음성인식 AI인 빅스비를 중심으로 스마트폰은 물론 전자제품과 자율주행차까지 하나로 묶는 AI 생태계 구축 방안이 유력하다. 실제 고 사장은 “삼성전자는 휴대폰 뿐 아니라 모든 전자기기를 갖고 있는 종합 전자업체로 이러한 사업 모델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삼성전자만 가능할 것”이라며 “그러한 삼성전자만의 강점을 활용하지 않을 수 없으며 그 부분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다음 달 1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되는 국제가전박람회(IFA)에서 ‘패밀리허브’ 냉장고를 주축으로 한 스마트홈 비전을 공개하며 오는 2020년까지 모든 가전제품을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내년에는 아마존의 ‘에코’나 SK텔레콤의 ‘누구’와 유사한 음성인식 기반의 AI 스피커를 공개해 이 같은 가정용 AI 생태계 장악 전략에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오는 2020년께 상용화 되는 5G 기술에 발맞춰 자율주행차 플랫폼 장악 전략도 본격화 할 것으로 보인다. 선봉은 지난해 80억 달러를 주고 인수한 하만이 맡는다. 하만은 커넥티드카용 인포테인먼트 기술을 비롯해 보안과 무선통신을 이용한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 솔루션을 보유했으며 전 세계 자동차용 오디오 시장의 41%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고 사장은 “증강현실(AR) 등의 최근 서비스 흐름을 볼 때 하만 인수는 매우 잘한 것이라 생각한다. 빅스비 언어를 확장하는데 하만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힘이 될 것”이라며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실어줬다.
이 같은 생태계 전략의 연결고리는 빅스비가 맡는다. 빅스비는 현재 한국어와 영어 인식이 가능하며 지난 22일(현지시각)부터는 한국과 미국 외에 전 세계 200여 개국에서도 사용 가능하다. 현재 중국어 인식 기능을 개발하고 있으며 90% 가량 개발 과정이 완료된 상태다. 또 머신러닝을 바탕으로 음성인식 및 답변의 정확도를 높이고 있으며 AI 고도화의 핵심 요소인 빅데이터 확보를 위해 기존 스마트폰 외에 TV와 에어컨 등 가전제품에도 빅스비를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또 외부 개발자들에게 빅스비의 응용프로그램개발환경(API)을 개방해 삼성전자가 아닌 다른 회사에서 만든 제품에도 빅스비가 탑재되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고 사장은 “빅스비 1.0 버전은 외부 개발자들이 개발에 참여할 수 있게 지원할 시간이 없었다”며 “빅스비 2.0 버전을 준비하고 있고 여기에는 외부 개발자들이 이 생태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빅스비가 하만의 오디오를 사용하는 자동차에 기본 탑재될 경우 아직 절대강자가 없는 자율주행차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주도권을 쥘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오는 2020년에는 애플 뿐 아니라 AI 분야의 선두 업체인 구글이나 아마존이 삼성전자의 주된 경쟁상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고 사장 또한 “두 업체 모두 삼성전자와 협력하는 주요 파트너이긴 하지만 2020년에는 삼성전자의 라이벌 비중 중 30% 가량을 차지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
한편 이날 공개된 갤럭시노트8의 가격은 당초 예상과 달리 100만 원을 넘지 않을 전망이다. 고 사장은 “가격이 100만원이 되면 심리적 부담이 크기 때문에 가급적 앞의 숫자가 1이 되는 것은 안 보려고 한다”며 “사업자마다 마지막 협의 단계에 와 있고 우리나라는 다음 달 10일 전후로 최종 가격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64GB 모델의 경우 전작인 ‘갤럭시노트7’(미국 850달러, 한국98만8,900원)과 비슷한 수준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예상 판매량에 대해서는 “갤럭시노트5가 출시 이후 같은 해 12월까지 1,100만대를 팔았는데 그것보다는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올들어 중국시장 책임자를 교체하고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했기 때문에 중국시장에서도 성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뉴욕=양철민기자 chopin@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