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et(엠넷)의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 시즌 2’를 통해 데뷔한 워너원이 대단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7일에는 빅뱅·엑소·방탄소년단 등 톱 스타들만이 객석을 채울 수 있는 2만 석 규모의 척스카이돔에서 데뷔 쇼케이스를 개최하더니 데뷔곡 ‘에너제틱’은 공개 즉시 동시 음원 차트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16일 MBC 뮤직 ‘쇼챔피언’으로 음악 방송에서 1위를 거머쥔 것을 시작으로 엠넷, KBS, MBC, SBS 등 각종 음악 방송 프로그램에서 1위 자리를 싹쓸이해 버린 것이다.
워너원의 가요계 장악 속도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무서운 기세다. 계약기간인 1년 6개월 동안 이들이 광고 등을 통해 벌어들일 매출액이 1,0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 나올 정도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지상파 방송사들은 물불 가리지 않고 러브콜에 나서 워너원은 MBC의 ‘음악중심’과 ‘오빠생각’, KBS 2TV의 ‘해피투게더’에 출연했다. 그동안 엠넷의 ‘프로듀스 101’과 ‘슈퍼스타K’를 통해 데뷔한 가수들에 대한 지상파의 기피현상이 굳건했는데, 이마저도 ‘워너원 신드롬’에 가볍게 무너진 셈이다.
‘워너원 신드롬’의 비결은 무엇보다 엠넷의 탁월한 기획력과 노하우에 있다. 워너원은 ‘프로듀스 101 시즌2’에서 가요기획사 연습생 101명이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시청자 투표를 통해 11명을 선발해 결성된 아이돌 그룹이다. ‘프로듀스 101 시즌1’에서는 걸그룹 아이오아이(I.O.I)가 데뷔해 커다란 인기를 끌었다. 이는 일본 최고의 인기 걸그룹 AKB48을 만들어낸 일본식 모델을 방송에 적용해 성공한 케이스다. 일단 101명이라는 기획사 연습생을 동원할 수 있고, 대중을 사로잡는 방송 콘텐츠와 음악을 만들어낼 수 있는 건 국내에서 엠넷 정도다. 음악 평론가 미묘는 “연습생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팬들에게 보여주면서 팬들이 직접 멤버를 결정하며 팬덤을 키워내는 AKB48의 일본식 모델을 한국에 적용해 성공시켰다”면서 “이는 엠넷이 그동안 음악 콘텐츠에서 오랫동안 쌓아온 노하우가 집대성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엠넷은 리얼리티에서 캐릭터를 뽑아는 데 있어서 경지에 올랐다”며 “101명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게 말이 쉽지 상당히 어려운데 이 어려운 걸 엠넷이 해낸 것”이라고 덧붙였다.
여기에 팬들이 직접 스타들을 키워내는 ‘성장 스토리’와 활동 기간이 1년 6개월로 정해져 있는 점도 팬덤을 확대하는 데 커다란 역할을 했다. 그동안 아이돌은 기획사에 의해 철저하게 기획돼 완벽한 모습으로 데뷔했다. 그러나 아이돌 육성 프로그램은 출연 연습생의 노래, 춤, 랩 등의 실력은 물론 개개인의 매력을 시청자들이 평가하고 선발하며, 팬들의 조언으로 단점을 보완하는 등 팬들이 직접 스타들의 성장 스토리를 써내려간다는 점이 팬들에게는 매력으로 작용한 것. 팬들의 투표로 11명 중 가운데 위치 즉 ‘센터’를 결정했는데, 여기에 강다니엘이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강다니엘이 센터에 머무르는 분량이 적자, 팬들은 이에 대해 강력 항의하는 사례까지 벌어졌다. 문화웹진 아이즈의 편집장 강명석은 워너원 신드롬을 ‘태양의 후예’의 송중기에 빗대 설명했다. “‘태양의 후예’의 유시진 대위에 빠져들어서 드라마를 봤는데 ‘태양의 후예’ 종영 이후 송중기가 현실로 나온 것이다. 드라마 속 주인공이 현실에 나와서 활동을 하고, 더욱이 팬들이 만들어낸 스타니 더욱 열광할 수 밖에 없다.”
활동 기간이 1년 6개월로 미리 정해져 있다는 점도 ‘워너원 신드롬’을 증폭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11명을 모두 볼 수 있는 시간이 제한돼 있다는 것이 ‘한정판의 매력’으로 작용해 팬덤의 화력을 더욱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워너원의 한 팬은 “‘완전체’ 워너원을 이 시간이 지나면 다시 볼 수 없다는 절박함 때문에 이 시간만이라도 워너원에 최대한 집중하고 있다”며 “멤버들 간의 ‘케미’를 보는 것도 커다란 재미인데, 이 역시 이 시간 이후에 다시 볼 수 있을 가능성은 떨어지기 때문에 팬들의 입장에서는 워너원의 활동 기간이 매우 절실하고 절박하다”고 전했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