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들이 자사 고객의 포인트 소진을 위해 운영해온 온라인 쇼핑몰의 변신에 잇따라 나서고 있다. 그동안 백화점처럼 온갖 제품들을 진열해놓고 판매하던 종합쇼핑몰에서 여성이나 미용 등에 특화된 전문쇼핑몰로 변신하는가 하면 쇼핑몰을 자사 고객뿐 아니라 모든 사람에게 오픈해 다른 전문쇼핑몰들과 승부를 겨루는 실험도 진행 중이다.
특히 카드 업계 시장점유율 5·6위인 롯데카드와 우리카드는 자사 온라인 쇼핑몰 개편을 놓고 각각 ‘미니멀리즘’과 ‘닥공(닥치고 공격)’과 같은 전혀 상반된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워 결과가 주목된다.
25일 카드 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는 최근 자사의 ‘올마이쇼핑몰’을 ‘헬스앤뷰티’ 전문몰로 새롭게 단장했다. 예전에는 종합쇼핑몰처럼 잡다한 물건을 전부 구비해놓고 판매했지만 건강과 미용만으로 카테고리를 과감히 축소한 것이다. 잃는 게 있더라도 선택과 집중을 통해 주 이용층인 30~50대 여성고객들의 마음을 사겠다는 것이다. 반응은 뜨거웠다. 롯데카드 쇼핑몰은 개편 전보다 일평균 방문자와 매출이 각각 105%, 140% 증가했다. 롯데카드의 한 관계자는 “헬스앤뷰티 전문몰로 개편하면서 품목 축소에 따른 우려도 없지 않았지만 오히려 특화하면서 다른 경쟁사 쇼핑몰에 비해 경쟁력을 확보하게 됐다는 게 내부 평가”라고 말했다. 최근 냉장고 비우기 등 주방에 미니멀리즘 열풍이 불고 있듯이 일종의 카드사 쇼핑몰의 미니멀리즘을 지향한 것이라는 평가다.
롯데, 건강·미용 카테고리 집중
우리, AK백화점 상품까지 입점
업계 라이벌 상반된 마케팅 관심
현대도 포인트 사용문턱 확 낮춰
고객 이탈 막고 추가구매 이끌어
큰 비용없이 수익개선에도 한몫
반면 우리카드는 지난해 8월 모바일 쇼핑몰인 ‘위비마켓’을 신규로 론칭하면서 자사 카드 회원이 아닌 사람도 이용할 수 있도록 완전히 오픈했다. 또 롯데카드의 미니멀리즘과 반대로 우리카드는 이달 AK백화점 상품들까지 입점시키면서 총 35개 카테고리에 약 116만여종의 상품을 판매하는 등 몸집을 불려가고 있다. 축구로 치면 공격적인 축구를 의미하는 ‘닥공’ 전략을 택한 것이다. 성과는 만만치 않다. 위비마켓 가입자는 지난 6월 200만명을 돌파한 데 이어 현재 260만명선에 바짝 다가섰다.
롯데카드와 우리카드는 국내 시장점유율을 놓고 박빙의 승부를 벌이는 라이벌이라는 점에서 쇼핑몰 전략의 승자가 누가 될지도 관심이다. 올 3월 롯데카드와 우리카드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9.8%, 8.3%다.
디지털 기술을 적용해 전문쇼핑몰 부럽지 않은 곳으로 거듭나는 곳도 있다. 신한카드는 최근 자사 쇼핑몰 ‘올댓쇼핑’에 빅데이터 분석을 도입해 고객 맞춤형 추천 기능을 강화했다. 또한 구매등급별로 상품할인 쿠폰을 제공하는 멤버십 제도를 도입했고 N 번째 구매와 사다리타기 등 신규 프로모션도 시작했다.
고객의 쇼핑 편의성을 높이는 변화도 눈에 띈다. 현대카드는 자사 ‘엠포인트몰’에서 다음달부터 엠포인트를 20만원 이하 상품은 100%, 20만원 초과 상품은 50%까지 쓸 수 있도록 사용기준을 완화하기로 했다. 이전에는 상품별로 엠포인트를 사용할 수 있는 비율이 천차만별이어서 고객이 구매하려는 상품을 눌러 직접 확인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카드사들이 이처럼 쇼핑몰을 리모델링하는 것은 카드수수료 우대 가맹점 범위 확대 등 연이은 가맹점 수수료 수익 타격 때문에 수익 다변화가 절실한 상황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자사 고객의 포인트를 소진할 수 있도록 쇼핑몰을 강화하는 한편 이를 통해 추가 구매를 유도하는 측면도 없지 않다는 것이다.
더구나 국내 카드 시장이 포화된데다 신규 고객을 유치하는 비용이 커진 만큼 기존 고객인 ‘집토끼’를 지키는 것이 더 중요해진 영업환경도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카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당장 수익 하락을 방어해야 하는데 새로운 사업을 벌이거나 해외로 진출하는 것 등은 성공 가능성도 높지 않을뿐더러 수익화까지도 2~3년이 걸린다”며 “이에 카드사들이 기존 부대사업인 쇼핑몰이나 보험 판매 등을 전보다 강화하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권형기자 buzz@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