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龍山)’이 있어 용산구(龍山區)입니다. 일제시대 이후 철길에 이어 난개발로 파헤쳐지고 건물들에 뒤덮였죠. 용산 미군기지의 반환과 함께 다시 용이 비상하는 용산구가 될 것입니다.”
지난 25일 서울 용산구청사 9층 구청장 집무실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성장현(사진) 용산구청장은 자리에 앉기도 전에 창밖으로 보이는 용산 미군기지를 가리키며 열변을 쏟아냈다. 성 구청장의 목소리에는 힘이 들어가 있었다. 지난 64년간 용산에 주둔했던 미8군 사령부가 지난 7월 경기 평택으로 이전하고 연말까지 나머지 주요 부대도 옮겨가면서 용산기지가 구민의 품으로 돌아오게 됐기 때문이다. 일본군이 청일전쟁 이후 주둔한 것부터 계산하면 110여년만의 귀환이다. 이곳은 국가공원으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성 구청장은 “온전한 재탄생이 될지는 아직 미지수”라고 탄식했다. 총 265만㎡ 달하는 용산 미군기지 부지 가운데 미대사관(이전 예정)·드래곤힐호텔·헬기장 등을 제외한 243만㎡만 반환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성 구청장은 “이들 잔류시설이 기지 내 여기저기에 흩어져 있어 공원이 조성돼도 누더기가 될 공산이 크다”며 “국가안보상 어쩔 수 없이 존치돼야 하는 시설로 판단된다면 국민 동의를 구하고 흩어진 시설은 한쪽 가장자리로 모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성 구청장은 용산구에 실제 ‘용산(龍山)’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과거 기록과 현재의 지형을 비교하면 용산구와 마포구 경계선으로, 만리동 고개에서 공덕동을 지나 마포대교 부근 한강에 이르는 구불구불한 능선이 보인다. 선조들은 이의 형세가 용이 누워 머리를 한강에 대고 물을 마시는 형상이라 해 ‘용산’이라 불렸다. 하지만 일본군이 현재의 미군기지 지역에 주둔하기 시작하고 용산역에 철도시설(경의선)을 만들면서 ‘용산’은 파헤쳐져 망가지기 시작했다.
미군기지가 떠나고 새롭게 만들어질 용산공원은 용산구로서 크나큰 기회다. 용산공원을 중심으로 구 전체를 망라하는 개발사업이 착착 진행 중이다. 성 구청장은 기자에게 ‘박물관 특구’를 만들겠다는 복안을 공개했다. 용산구에는 국립중앙박물관·전쟁기념관·한글박물관·리움미술관 등 다양한 박물관이 밀집돼 있다. 그는 “지역 내 박물관들을 잇는 셔틀버스를 만드는 등 박물관 자산을 활용할 방법을 검토중”이라고 말했다. 100여개 국가의 대사관·관저가 있는 점도 고려해 ‘다문화 박물관’도 구상 중이라고 했다.
더 나아가 용산역 일대가 일신된다. 용산역 옛 관광버스터미널 부지에 오는 10월 국내 최대 1,700실 규모의 ‘서울 드래곤시티’ 호텔이 오픈하는 것을 비롯해 용산전자상가를 일본의 아키아바라처럼 활성화시키겠다는 기대 아래 개발사업이 진행중이다. CGV 본사가 입정하고 드래곤 페스티벌이 열린다.
또 성 구청장은 “미군과 상관없이 오히려 더 글로벌하게 이태원을 탈바꿈시킬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태원 해밀턴호텔 뒤에 세계음식거리를 제대로 육성하는 것과 함께 오는 11월 한남동에 전통공예문화체험관이 문을 연다. 한국문화 우수성을 알리고 지역상권을 활성화하는 차원이다. 그동안 낙후돼 있던 남산 권역은 도시재생을 통해 활성화한다. 이미 남산 아래 해방촌은 2015년부터 ‘서울형 도시재생 선도지역’으로 선정돼 문화예술과 관광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