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각] 여전히 먼 무슬림…다름 인정하기

최수문 사회부 차장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여행 업계의 그동안의 무슬림(이슬람교도) 관광객 유치 노력에도 최근의 결과는 신통치 않다. 한국관광공사의 한국 방문 외국인 집계에 따르면 무슬림 입국의 바로미터인 인도네시아 방문객은 올해(1~7월) 13만9,177명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오히려 13.8% 줄었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5,000만명 가운데 90%가 무슬림으로 사실상 세계 최대의 무슬림 국가다. 인도네시아에서 한류가 강세를 보이고 한국의 국가이미지도 좋지만 실제로 이들에 대한 관광 유치 결과는 저조했다. 그 외에 무슬림이 다수인 말레이시아·인도·걸프협력회의(GCC) 국가들의 방문객도 늘리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전체 무슬림 관광객의 올해 유치실적이 지난해보다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으로 발길을 끊은 중국인 관광객, 즉 유커를 대신해 무슬림에게 공을 들였지만 현재로는 실패다.

무슬림은 비무슬림이 보기에 독특한 습관을 가지고 있다. 할랄이라고 해 돼지고기·알코올 등이 들어 있지 않은 음식만 먹으며 하루 5회 기도를 해야 한다. 무슬림이 여행할 때 가장 불편한 점이 이 같은 ‘음식’과 ‘기도실’의 유무다. 우리 정부나 관광지·호텔·면세점에서 할랄 음식을 만들고 기도실을 확충하겠다는 것이 대책이었다.


실제로는 대대적인 시설 개선이 이뤄지지도 않았고 또 설치된 시설도 별로 효과를 보지 못했다. 물론 비용 문제만은 아니다. 우리가 갖고 있는 타 문화에 대한 거리 두기 의식 때문이지 않을까. 무슬림에 대해서는 특히 일부 일신교 종교계를 중심으로 반대가 심하다.

그동안 한국은 미국이나 유럽·중국이나 일본만 상대하면 됐다. 이들 네 개 지역의 문화는 상대적으로 익숙하다. 중국 음식은 사실상 한국 음식이고 일본 만화는 한국 만화와 친근하다. 서구 문화는 우리 속에 깊게 침투했다.

문제는 지금부터다. 서구 국가들의 경제 성장이 정체되고 중국과는 사드를 비롯한 정치 문제로, 일본과는 역사 문제로 대립하고 있다. 새로운 활로가 필요한 상황이다. 남는 것은 동남아와 남미, 중동·인도, 아프리카 등이다. 한국인에게 그래도 가장 편한 대상은 동남아다. 여기도 문제는 무슬림이다. 무슬림의 대다수는 중동이 아니라 동남아에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말로만 ‘무슬림 프렌들리’였다. 무슬림을 통해 ‘돈을 벌려면’ 시설 확충이 아니라 그들의 문화를 소개하고 이해시키는 데 우선 투자를 해야 한다. 상호 공통된 인식이 있어야 이익도 함께할 수 있다. 최근 일부 영화에서 서울 대림동 중국동포를 왜곡 표현했다며 논란이 일었다. 다른 문화와 소수민족에 대한 편견은 이미 우리가 미국이나 일본에서 당한 바 있다. 같은 잘못을 우리가 해서는 안 된다. 다름을 인정하는 것은 최소한 지역경제 살리기라는 우리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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