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여권 '이재용 재판' 왈가왈부 자중해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1심 재판 결과에 대한 더불어민주당의 비판이 도(度)를 넘어서고 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는 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민이 가장 납득하지 못하는 부분이 미르·K스포츠재단에 204억원을 출연한 것을 뇌물로 보지 않은 것”이라며 “강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말했다. 추 대표는 형량과 관련해서도 “최저형을 선고함으로써 국민으로부터 솜방망이 처벌에 그쳤다는 비판을 자초했다”고 비판했다.


추 대표의 이 같은 발언은 여당 지도부의 생각과 맥락을 같이한다. 이춘석 사무총장은 라디오 인터뷰에서 “국정농단 사태로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한 판결에 비해서는 국민이 납득할 수 있겠느냐는 의혹을 갖고 있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이번 판결에 대해 가장 문제시하는 것은 정부 주도의 스포츠재단에 출연한 부분을 재판부가 무죄로 삼은 점이다. 결국 여당 지도부의 ‘이재용 재판’에 대한 비판은 연말께로 예상되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재판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민주당 소속 박주민 의원은 다른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스포츠재단 출연금이 무죄가 되면 다른 재벌 출연금도 덩달아 무죄를 받을 수 있는 논리적인 구조를 갖고 있다”며 “박 전 대통령 입장에서는 부담을 더는 상태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이 부회장 측의 항소에 대해서도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적폐가 재연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고 공식 논평했다.

이 부회장 측이 항소함에 따라 이번 재판은 아직 사법부의 최종적인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그럼에도 집권여당이 재판 결과에 대해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은 명백한 삼권분립의 위반이며 정치가 재판에 개입하겠다는 것이나 다름없다. 집권여당이라면 더욱이 여론이 엇갈리는 이번 재판 결과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것은 자중해야 마땅하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