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 이젠 '대세'라 불러다오

LPGA 캐나다 여자오픈 최종
박성현, US오픈 이어 시즌 2승
보기 없이 버디 7개…대역전극
상금 1위·올해의 선수 2위로
평균타수 1위·다승 1위도 노려
39년 만의 '신인 5관왕' 도전장

박성현이 28일 캐나다 여자오픈 우승 뒤 트로피를 들고 무겁다는 듯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오타와=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박수를 받으며 US 여자오픈 트로피를 들어 올린 게 지난달 17일인데 3개 대회 만에 또 하나의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박성현(24·KEB하나은행)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대세’로 국내 무대를 지배하던 지난해의 모습을 미국에서도 드러내기 시작했다. ‘슈퍼루키’라는 별명으로는 모자라 보이는 그는 이제 역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단 한 번밖에 없던 ‘신인 5관왕’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박성현은 28일(한국시간) 캐나다 오타와 헌트&골프클럽(파71·6,419야드)에서 끝난 캐나다 여자오픈에서 13언더파로 2위와 2타 차 우승을 차지했다. 이 대회 첫 출전에 상금 33만7,500달러(약 3억8,000만원)를 거머쥐었다. 메이저대회 US 여자오픈 우승 후 한 달여 만에 챙긴 시즌 2승째. 세계랭킹 1위 유소연(176만9,000달러)을 제치고 상금 랭킹 1위(187만8,000달러)로 올라선 박성현은 4위였던 올해의 선수 포인트도 2위(130점)로 끌어올렸다. 1위 유소연과 20점 차다. 2위인 평균타수(69타)는 1위 렉시 톰프슨(68.983타)과 불과 0.017타 차다. 유소연과 다승 공동 2위(1위는 3승의 김인경)가 된 박성현은 수상을 예약한 신인왕을 포함해 5관왕을 노리게 됐다.


신인 5관왕은 지난 1978년의 낸시 로페즈(미국)가 유일하다. 그는 그해 9승을 쓸어담으며 투어를 평정했다. 데뷔 시즌에 신인왕과 올해의 선수상을 동시 수상한 것도 그해의 로페즈 말고는 없다. 박성현은 남은 대회가 11개라 9승까지는 어렵겠지만 5관왕 가능성은 충분하다. 1998년 박세리(40)를 마지막으로 맥이 끊긴 ‘신인 4승’ 기록에도 도전해볼 만하다. 이날 경기 후 박성현은 “목표를 새로 설정해야 할 시기”라며 “(지난해 비회원 신분으로 준우승한) 에비앙 챔피언십 우승도 욕심난다”고 했다. 시즌 마지막 메이저인 에비앙 대회를 앞두고 2주간 휴식할 그는 “올랜도 디즈니랜드에 놀러 갈 것”이라고도 밝혔다.

티샷 평균 268야드를 찍은 이날 박성현의 퍼트 수는 28개. 고비마다 까다로운 3~4m 거리의 퍼트를 쏙쏙 집어넣었다. 퍼트가 잘 떨어져 주는 날은 아무도 박성현을 막을 수 없다. 올 시즌 그린 적중 시 퍼트 수는 1.755개로 전체 7위다.

이날 선두에 4타 뒤진 공동 12위로 출발했지만 박성현은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몰아친 끝에 대역전극을 완성했다. 이로써 한국 선수들은 박성현의 US 여자오픈 우승을 시작으로 5개 대회 연속 우승 신기록을 썼다. 한국 선수들의 종전 기록은 4연속 우승이었다. 올 시즌 합작 승수는 23개 대회에서 13승. 최다승 기록인 2015년의 15승 경신 가능성도 부쩍 커졌다.

3번(파4)과 6번홀(파5)에서 버디를 떨어뜨리며 추격전에 시동을 건 박성현은 8~10번홀 3연속 버디로 간단히 단독 선두에 나섰다. 전인지 역시 8~10번홀 연속 버디로 한때 박성현을 1타 차로 따돌렸지만 12번홀(파4)에서 두 번째 샷을 벙커로 보낸 끝에 보기를 적으면서 공동 선두를 허용했다. 이때 16번홀(파4)에서 4m 버디 퍼트를 넣으며 단독 1위를 탈환한 박성현은 마지막 18번홀(파5)에서 특유의 장타를 앞세워 아이언으로 2온에 성공했다. 긴 이글 퍼트는 넣지 못했지만 1.5m 버디 퍼트를 놓치지 않으면서 2타 차 단독 선두. 18번홀에서 이글이 필요했던 전인지는 두 번째 샷을 그린 옆 벙커로 보낸 데 이어 벙커샷을 홀 근처로 보내지 못했다. 그렇게 박성현의 우승은 결정됐다. 마지막 홀 보기의 전인지가 10언더파 공동 3위로 내려간 반면 이미림(27·NH투자증권)은 마지막 홀에서 이글 퍼트를 넣어 11언더파 단독 2위로 마쳤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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