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는 2018년 예산안(기금포함)을 올해에 비해 3.8% 감소한 39조 8,000조원으로 편성했다고 29일 밝혔다. 이중 정부 순수 지출인 예산은 15조 9,100억원으로 올해에 비해 21% (4조2,100억원) 줄었다. 이는 국토교통부 예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국토교통 SOC 예산이 대폭 삭감된 탓이다. 국토교통 SOC 예산은 올해 19조 600억원이었으나 내년에는 4조3,600억원(23%)이 줄어 14조7,000억원만 편성된다. 해수부의 항만 예산까지 포함한 전체 SOC 예산은 올해 22조 1,000억원에서 내년 17조7,000원으로 20% 가량 줄어든다.
도로와 철도 예산이 대폭 줄었다. 철도는 올해 대비 2조5,000억원, 도로는 1조7,700억원 가량 예산이 삭감됐다.
도로의 경우 내년에 총 51개 도로가 완공되는데 반해 신규로 시작하는 도로사업은 3개에 불과하다. 김재정 기획조정실장은 “재정당국은 새 정부의 정책 과제 재원 조달을 위해 전 부처를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추진했으며 그동안 상당히 확충됐다고 평가하는 SOC 및 환경, 문화, 산업 분야의 성과가 부진한 복지사업을 대상으로 예산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원주-강릉 복선전철 사업(총사업비 3조8,000억원) 등 최근 완료된 대형 사업으로 인한 자연 감소도 감축요인으로 작용했다고 김 실장은 덧붙였다.
국토부는 예산이 줄어든 대신 자체 보유한 주택도시기금을 활용한 지출을 늘인다. 기금 지출은 올해 21조1,900억원에서 내년 23조8,400억원으로 12.5%(2조6,500억원) 상향 조정된다. 예산 삭감에 따른 재원 부족분을 기금을 통해 메우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SOC 지출이 줄어든 대신 도시재생, 4차 산업혁명을 위한 R&D, 주거 복지 등을 위한 지출은 늘어난다.
특히 정부에서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도시재생사업을 위한 지출이 대폭 늘어난다. 도시재생을 위한 예산은 올해 1,452억원에서 내년 4,638억원으로, 기금지출은 650억원에서 8,534억원으로 증가해, 예산·기금을 합친 총 지출은 1조3,172억원에 달할 전망이다. 다만, 내년 도시재생 예산에 서울 등 투기과열지구내 도시재생 뉴딜 사업 예산은 빠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8·2 부동산 대책에서 도시재생 사업 후보지에서 제외된 지역 예산은 일단 내년 예산에서는 빠진 상태”라고 설명했다.
국토교통 R&D투자도 올해 4,838억원에서 4,997억원으로 확대 편성한다. 정부 전체의 R&D 예산은 0.7% 증가했으나 국토교통 소관 R&D예산은 5.5% 증가해 증가폭이 크다는 게 국토부의 설명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자율주행차 상용화, 드론 안전기반 구축, 스마트시티 등 4차산업 대응을 위한 선도기술 개발을 위한 투자”라고 설명했다.
또 수도권 광역교통망 확충을 위한 예산도 편성됐다. 국토부는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A노선(파주~삼성) 토지보상비(150억원) 과 C노선(의정부~금정) 기본계획 수립비(50억원)을 내년 지원하고 전철 급행화를 위한 역내 대피선 설치(50억원)도 새롭게 지원한다.
한편 기금 지출액(23조8,000억원)의 대부분은 서민주거안정 및 도시재생 활성화를 위해 쓰인다. 서민을 위한 공공임대 주택 13만호 및 민간임대주택 4만호 등 공적임대주택 17만호 공급을 위해 13조원을 지원한다. 이중에는 신혼부부용 주택 3만호와 청년층을 위한 셰어형 전세임대 및 역세권 청년 매입 임대도 포함돼 있다.
또 저소득층을 위한 영구·국민임대 주택도 올해보다 1만5,000호 늘어난 2만4,000호가 신규로 승인될 예정이다.
전세자금 및 주택구입을 위한 자금 지원도 기금을 활용해 7조 5,000억원을 편성했다. 주택저당증권(MBS)와 은행재원 등 다양한 재원을 활용해 무주택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저리의 주택정책자금이 충분히 공급될 수 있도록 이자 비용 등을 반영한다.
다만 국토부는 SOC 예산이 2020년부터는 다시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사업 초기단계인 춘천-속초 전철(2조원), 김해 신공항(6조원), 수도권 광역급행철도 A·B·C(14조원) 등 굵직한 SOC 사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면 예산 투입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또한 내년 이월 예산이 2조 5,000억원에 달해 예산 삭감으로 인한 충격을 일정 부분 흡수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재원의 효율적 분배를 위한 예산 구조조정은 불가피한 사항이지만 도로 등 인프라 예산이 크게 줄어든 것은 아쉬운 일”이라며 “국회 논의과정에서 조정이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