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H투자증권은 28일 자체 개발한 모바일증권 ‘나무’의 계좌를 개설한 신규 고객에게 오는 10월31일까지 수수료를 평생 받지 않는 ‘나무 국내 주식 평생 무료 이벤트’를 시행한다고 밝혔다. 스마트폰으로 모바일증권 계좌를 개설한 신규 고객만을 대상으로 일정 기간에 한정한 이벤트지만 시장 상황을 고려해 확대할 계획으로 알려져 증권 업계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증권사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다. 이미 국내 증권사 대부분이 상시적으로 무료에 가까운 낮은 수수료 수준에 도달했다는 점에서 주식 수수료는 증권사의 수익원 기능을 이미 상실했기 때문이다. 증권사의 수수료 전쟁이 결국 공짜로까지 내려온 셈이다.
증권 업계는 이번 평생 무료 이벤트가 사실상 업계 판도 변화의 시작점이 될 것으로 전망한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파격적”이라면서도 “업계 전체적으로 수수료 무료를 장기적으로 염두에 뒀던 만큼 이번 NH투자증권의 이벤트를 시작으로 수익이 되는 고객과 비수익 고객으로 철저하게 구분될 것”이라며 “수익 고객에게는 한층 수준 높은 금융 서비스 제공해 차별화시킬 것”이라고 평가했다. 증권 업계에서는 무료 수수료 이벤트 자체보다 ‘무료’로 고객 저변을 넓히게 될 NH투자증권이 ‘무엇을 할 것인가’에 관심을 집중했다. 각 사마다 이미 6개월에서 10년이라는 기간을 설정해 주식 거래 수수료를 면제했다는 점에서 이번 이벤트가 단순히 수수료 인하 경쟁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 더욱 긴장감이 높다. 실제 NH투자증권은 국내 주식 거래 수수료 평생 무료 이벤트를 수년간 공을 들여 선보였다. 단순히 수수료 경쟁이 아니라 ‘플랫폼’을 구축해 증권업의 정의를 새롭게 쓰겠다는 목표도 분명했다. NH투자증권은 수수료 평생 무료는 선언적일 뿐 무료 수수료로 주식 투자에 나선 신규 고객들에게 양질의 자산관리(WM)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우선이라는 입장이다.
이번 무료 수수료를 제안한 안인성 NH투자증권 디지털고객본부장은 “상반기 주식 시장의 호황 속에서도 개인고객들은 소외된 면이 있다”며 “일반 개인투자자들도 WM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만들기 위해 무료 수수료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출발은 NH투자증권이 개발한 온라인증권 ‘나무’다. 비대면거래가 활성화되자 모바일에 특화시킨 WM 서비스 플랫폼으로 승부를 걸었다. 다른 증권사의 한 관계자도 “나무는 젊은 층을 공략하기 좋은 콘텐츠를 갖추고 있다”며 “목돈이 없어 주식 투자가 어려운 사회초년생조차도 우선 목돈 마련을 위해 나무를 이용하겠다는 수요가 있다”고 평가했다.
무료 수수료 이벤트 역시 출혈 경쟁이라기보다 모바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산업 재편의 일환이라는 게 NH투자증권의 설명이다. 안 본부장은 “게임 업체들도 온라인에서 모바일로 전환될 때 수수료를 없애고 유료 아이템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산업의 트렌드가 완전히 바뀌었다”며 “주식 거래 수수료보다 모바일 플랫폼 안에서 WM 서비스를 받기 위해 기꺼이 돈을 지불할 수 있는 유료 콘텐츠 개발이 중요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는 “증권사가 주식 매매 수수료로 경쟁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며 “무료 수수료를 통해 고객을 유치하는 데 끝내지 않고 투자자 수익을 위한 새로운 질적 경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송종호기자 joist1894@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