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서 민간 아파트를 지을 수 있는 땅이 씨가 마르고 있다. 지난 2014년 택지개발지구 지정이 중단되기 전 개발했던 아파트 용지는 올 상반기까지 상당 부분이 소화된 상태다. 하남 감일지구, 화성 동탄2신도시 등에 아직 공동주택 용지가 남아 있지만 현 정부 주택정책에 맞춰 임대주택 등의 용도로 개발할 가능성이 높다. 조만간 민영 아파트 공급절벽이 우려되는 이유다.
29일 LH에 따르면 연내 공급 예정인 공공주택 용지는 총 7개 필지, 29만1,000㎡로 이 중 민간 건설사에 분양하는 일반 아파트 용지는 김포 양곡지구 2개 필지, 4만9,000㎡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서울 양원지구, 김포 한강지구, 고양 지축지구 등 서울 및 수도권 인기 지역에 물량이 일부 남아 있기는 하지만 뉴스테이 및 임대용 리츠용으로 공급될 예정이어서 민간 분양 아파트 물량은 없다.
정부는 주택 시장이 침체 됐던 2014년 발표한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에서 2017년까지 신규 택지지구 지정을 중단하고 택지개발촉진법도 폐지해 중소형 택지 위주로 개발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택촉법이 폐지되지는 않았으나 이후 택지지구 지정은 전면 중단됐다. 이에 따라 공공택지 개발사업을 주도하는 LH는 기존 지정지구 내 재고 용지를 판매하는 데만 주력해왔다. LH 관계자는 “주택경기가 호전되면서 올해 상반기까지 남아 있던 주택 용지가 인기리에 팔려나갔다”고 설명했다.
기존에 개발 중인 택지지구 중 하남 감일, 화성 동탄2, 평택 고덕, 파주 운정, 양주 옥정 등에 아직 민간에 공급하지 않은 용지가 남아 있다. 그러나 수요가 많은 인기 지역의 경우 정부가 청년 및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 등으로 활용할 공산이 크다. LH 관계자는 “남아 있는 공동주택 용지 중 일부는 신혼부부 주택공급 등 정책 목표에 맞게 공급하도록 검토할 것”이라며 “내년에 민간에 공급할 용지가 얼마가 될지 현재로선 알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2013년을 마지막으로 공동주택 용지 공급을 중단한 경기도시공사도 다산신도시와 동탄2신도시에 공동주택 용지를 보유하고 있으나 민간에 공급할 가능성은 미지수다. 경기도시공사 관계자는 “자체 사업(따복하우스)을 할지, 민간에 판매할지 미정”이라고 설명했다.
아파트 용지가 고갈되면서 중견 건설사들은 재건축·재개발 도심재개발, 공원특례사업, LH공모형 사업 등 먹거리를 찾아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한 중견 건설사 관계자는 “수도권 택지지구 아파트 분양사업 물량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다”며 “사업 다변화를 통해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택지 공급 축소가 앞으로 신규 아파트 공급 부족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8·2대책으로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제동이 걸리면서 그동안 활발했던 도심 내 주택공급도 향후 늦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서울 외곽과 도심 등 안팎의 주택공급이 모두 막히게 되는 상황이다. 정부가 8·2대책에서 밝힌 공급 대책으로는 노후 공공청사 복합개발 및 도심 유휴부지 활용을 통해 도심 내에서 주택을 공급하는 한편 그린벨트를 풀어 신혼부부를 위한 소규모 택지지구 개발을 하는 방침 등이 있다.
허윤경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대규모 신도시 개발보다 도심 재생과 소규모 공공택지 개발로 가야 한다는 방향성은 맞다”면서도 “그러나 재건축·재개발 규제로 개발 속도가 늦어지면서 시차에 따른 주택공급 공백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혜진기자 has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