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보복 장기화·中업체 약진 '이중고'…사드 추가배치 땐 설상가상

현대차 中공장 가동 전격 중단...중국 상황 어떻기에
올들어 中판매 반토막…100만대 못미칠 가능성 커
中 노골적 마케팅 방해에 국내업계 "올 것이 왔다"
"개별기업 감당 어려워…정부가 협력업체 지원해야"

현대차의 중국 법인 베이징현대의 창저우(4공장) 공장 생산 라인에서 작업자들이 중국 전용 소형차 ‘위에나’를 조립하고 있다./사진제공=현대차


현대자동차가 중국 베이징 공장 3곳과 창저우 공장 1곳 등 4곳의 가동을 중단하자 국내 자동차 업계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이면서도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으로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가 지난 3월부터 급락하면서 창저우 공장의 가동이 일주일가량 중단된 적이 있지만 지난달부터 시험 생산 중인 충칭 5공장을 제외한 모든 공장이 멈춰 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 상황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현대차 중국 판매량이 전년 대비 반 토막 난 상황이 이어지면서 자금난 악화로 부품 대금 지급이 지연되자 핵심 협력업체 한 곳이 납품을 중단하기에 이른 것이다. 문제는 현대차의 중국법인인 베이징현대의 자금난이 심화돼 납품을 거부하는 협력업체가 더 늘어날 경우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이다. 현대·기아차가 하반기 들어 신차를 내놓고 있지만 사드 배치에 따른 중국인의 반한 감정을 누그러뜨리기 쉽지 않은데다 중국 토종업체들을 비롯한 경쟁업체들의 견제가 만만치 않아 실적 개선이 단기간에 이뤄지기 힘들다는 전망도 나온다.

현대차가 중국 5곳 공장 중 4곳의 가동을 전면 중단한 것은 판매 감소가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된다. 현대·기아차는 1~7월 중국에서 50만964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45.5% 감소했다. 현대차가 35만1,292대로 40.7% 줄었고 기아차는 14만9,672대를 팔아 54.2% 감소했다.

중국 판매 급감은 사드 배치에 따른 보복 탓이 크다. 현대차는 사드 보복이 본격화된 3월에 판매량이 전년 대비 44.3% 급감한 데 이어 4월(-63.6%), 5월(-65.0%), 6월(-63.9%) 등 4개월 연속 반 토막 넘게 곤두박질쳤다. 지난달에는 5만15대를 팔아 감소폭이 28.6%로 줄었으나 여전히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기아차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올 1월 판매량이 전년 대비 38.9% 감소한 것을 시작으로 2월(-24.1%), 3월(-68.0%), 4월(-68.0%), 5월(-65.3%), 6월(-57.8%) 등 올 상반기 판매량(12만9,670대)이 전년 대비 54.6%나 감소했다. 7월에도 2만2대에 그쳐 전년 대비 51.2%나 감소했다. 판매 부진이 지속되면서 기아차의 중국 판매 순위는 지난해 상반기 15위에서 올해 25위까지 밀려났다. 현대차는 같은 기간 5위에서 12위로 떨어졌다.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지난해 10월 가동에 들어간 현대차 창저우 공장은 지난 3월부터 일시적으로 생산을 중단하는 일이 잦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판매 감소로 자금 사정이 나빠지자 1차 협력사는 물론 2·3차 협력사에 대한 대금 결제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동반 진출한 부품업체들의 공장 가동률이 떨어지며 경영난이 심화됐다. 현 추세라면 옌청시에 있는 기아차 공장도 재고 누적에 따른 조업 축소가 불가피하다.

지난 달 판매량이 전월에 비해 다소 늘어나면서 실적 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으나 이번 현대차 공장 가동 전면 중단으로 현대·기아차의 중국 사업이 중대기로에 섰다는 분석이다. 하반기 들어 신형 ix35와 올 뉴 쏘나타, 페가스, K2 크로스 등 신차를 속속 투입하고 있지만 사드 배치에 따른 반한 감정이 여전한데다 경쟁업체들의 현대·기아차에 대한 네거티브 공세가 거세기 때문이다. 중국 내 판매 1위인 폭스바겐은 물론 현대차의 중국 합작사인 베이징자동차까지도 소비자에게 ‘현대차를 사지 말라’며 노골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무엇보다 중국민의 반한 감정이 장기화돼 우려를 키운다. 2012년 중국과 일본이 센카쿠열도(댜오위다오)를 둘러싸고 영토 분쟁을 벌일 당시 도요타 등 일본 자동차 판매량이 같은 해 9월부터 12월까지 4개월간 크게 감소했으나 이듬해부터 회복세로 돌아선 바 있다. 하지만 현대·기아차의 경우 사드 보복 여파가 5개월 동안 지속되고 있고 문재인 정부가 사드 추가 배치를 결정한 상황이어서 한·중 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지는 형국이다.

여기에 지리와 바오준·하발·GAC 등 중국 토종 브랜드들의 경쟁력이 높아지면서 시장 환경도 중·일 간 영토분쟁이 벌어졌던 2012년과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올 상반기 중국 자동차 판매 상위 10개 업체 중 중국 토종 브랜드가 4곳에 이르고 지리자동차는 같은 기간 판매가 전년 대비 80% 이상 증가하는 등 약진을 거듭하고 있다. 사드 보복 여파가 줄어들더라도 단기간에 회복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기아차가 중국 진출 후 최대 위기에 직면했다”면서 “개별 기업이 감당하기 힘든 상황인 만큼 정부가 나서서 부품 협력업체들의 어려움을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성행경기자 sain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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