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대 M&A' 베팅한 LG전자...오스트리아 車부품사 인수하나

성공 땐 LG그룹 사상 최대 규모
새 먹거리 전장사업 본궤도 의지



재계 서열에 비해 인수합병(M&A) 시장에서의 존재감이 크지 않은 LG그룹이 1조원대의 대형 M&A를 추진한다. 대상은 세계 최대 자동차용 조명 부품 제작업체인 오스트리아 ZKW로 미래 성장동력인 전장사업을 하루빨리 본궤도에 올려놓으려는 LG의 절박함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자동차 부품사업은 진입 장벽이 높기 때문에 M&A가 단기 성장을 위한 주요 수단으로 활용된다.

29일 투자은행(IB)과 재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최근 차량용 조명 공급사인 오스트리아 ZKW 인수를 위한 경쟁 입찰에 참여했다. LG전자는 이를 위해 대규모 국내외 법률·재무 자문사단을 꾸리고 1~2년간 치밀하게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 여력을 감안해 LG전자와 지주사인 ㈜LG가 공동으로 인수하는 방식이 유력한 것으로 전해졌다. 인수에 성공하면 LG그룹 역사상 최대 M&A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가 인수를 검토하고 있는 ZKW는 지난 1938년 설립된 차량용 조명 제조 업체로 메르세데스벤츠와 폭스바겐·GM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을 고객사로 확보하고 있다. ZKW는 이들 완성차 업체의 생산라인이 몰려 있는 슬로바키아와 중국·인도·멕시코 등에서 5,000여명을 고용하고 있다.


LG전자가 ZKW 인수를 통해 노리는 것은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의 접점 확대와 이를 통한 자동차 부품 사업에서의 괄목할 만한 도약이다. 자동차 부품사업은 안정성이 최우선시되기 때문에 부품사가 완성차를 상대로 거래를 트기가 쉽지 않다. 오랜 기간 제품을 공급하며 쌓은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LG전자는 GM 등에 모터와 인버터 등 핵심 구동 부품을 공급하는 등 고객 확대에 주력하고 있지만 사업 초기 단계 투자가 계속되고 있어 흑자는 내지 못하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2013년 자동차 부품사업에 본격 나선 LG에 80여년 역사를 두고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를 고객사로 확보한 ZKW는 매력적인 인수 대상이다.

M&A 시장에 좀처럼 모습을 보이지 않는 LG전자가 1조원이 넘는 초대형 M&A에 뛰어든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LG그룹은 LG화학과 LG생활건강이 간간이 M&A 시장에 모습을 드러내왔다. 하지만 LG전자는 2013년 계열사인 LG CNS로부터 V-ENS(현 VC사업본부)를 인수한 게 마지막이다. 그나마도 규모가 170억원으로 크지 않고 계열사 간 거래여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과감한 투자라고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이번 ZKW 인수는 LG의 신사업을 진두지휘하고 있는 구본준 부회장이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9조원을 들여 하만카돈을 인수하며 전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처럼 LG전자도 M&A를 통해 전장 사업에서의 조기 안착을 노리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한재영기자 jyha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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