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Market]] 알츠하이머에 대항하는 면역세포

이정모 서울시립과학관장
치매환자에만 발현되는 DAM
해로운 아밀로이드 플라크 제거
알츠하이머 연구 핵심 주제로



알츠하이머에 걸리면 개인의 존엄성을 잃고 소중한 가족에게 해를 끼치게 된다. 가족의 위로를 받는 것이 마땅한 알츠하이머 환자는 때로 가족에게 미움을 받기도 한다. 끝내 걸리고 싶지 않은 병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알츠하이머다.

그런데 알츠하이머 환자가 크게 늘고 있다. 국제알츠하이머병협회에 따르면 지난 2015년 4,680만명이던 전 세계 알츠하이머 환자는 오는 2050년 3배인 1억3,220만명으로 늘어날 것이라고 한다. 물론 수명이 늘어나는 것이 가장 큰 요인이다.

사람을 제외한 다른 동물은 알츠하이머에 걸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인간과 DNA의 98.4%를 공유하는 침팬지는 어떨까. 여태 침팬지에게서는 알츠하이머의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 창조론자들은 이 사실을 근거로 인간과 침팬지가 700만년 전 공통조상에서 갈라져 나왔다는 과학계의 통설을 부인하고는 한다. 그런데 사람만 알츠하이머에 걸린다는 것은 조금 이상하지 않은가.

미국 신경과학자인 아그네스 라크레우제는 50세에 근접한 침팬지 네 마리에게서 기억력 저하가 나타나는 현상을 발견했다. 침팬지도 사람처럼 나이가 들면 기억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이 외에도 늙은 침팬지는 방향 감각 상실, 수면 장애, 사회적으로 부적절한 행동을 보였는데 알츠하이머 환자처럼 인지 결함이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침팬지의 뇌를 열어봐야 안다. 하지만 멸종 위기에 있는 침팬지에 대한 도발적인 연구를 할 수는 없다. 그렇다고 아주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죽은 침팬지 뇌로도 연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생물인류학자 메리 앤 라간티 교수는 37~62세에 죽은 침팬지 20마리의 뇌를 확보했다. 침팬지 나이 62세는 사람으로 치면 120세쯤 된다. 알츠하이머에 걸리게 되는 경로는 몇 가지가 있는데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축적돼 발병하는 경우가 가장 많다. 침팬지 20마리 가운데 무려 13마리의 뇌세포에서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이 발견됐다. 물론 아직까지 침팬지가 알츠하이머에 걸렸다는 증거가 분명하게 나타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침팬지도 알츠하이머에 걸릴 가능성은 있는 것이다.

한편 7월 영국 런던에서 열린 국제알츠하이머병학회 연례회의에서는 흥미 있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우울증에 걸린 나이와 알츠하이머성 치매 사이에 상관관계가 있다는 게 밝혀진 것이다. 스웨덴 연구팀에 따르면 20~49세에 우울증 진단을 받은 환자는 치매 발병 위험이 증가했고 50~69세 사이에 우울증 진단을 받은 환자는 치매 발병 위험이 증가하지 않았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신경세포 표면의 단백질 베타아밀로이드가 플라크를 형성하고 신경세포 안의 단백질 타우가 뒤엉키면서 기억을 저장하고 있는 신경세포를 파괴해 발생한다.

이스라엘 와이즈만연구소 연구팀은 7월 학술지 ‘셀’에 면역세포 한 가지를 발표했다. 평소에는 가만히 있다가 알츠하이머가 발병하면 해로운 아밀로이드 플라크 단백질을 제거하는 지원군으로 변모하는 세포다. 이 세포를 ‘질병 미세아교세포(DAM)’라고 부른다. DAM은 정상인에게는 없고 치매 환자에게서만 발현되는데 주변에 생긴 아밀로이드 플라크를 잡아먹는다. 이스라엘 연구팀과 거의 동시에 미국 펜실베이니아 과학자는 일반 세포를 DAM으로 변환시키는 유전자 리스트를 ‘네이처 제네틱스’에 발표했다. 앞으로 DAM은 알츠하이머 치료 연구에서 핵심주제로 다뤄질 것이다.

병은 두려운 대상이라기보다는 불편한 대상이다. 우리는 자주 아프지만 그럭저럭 병을 이겨내며 산다. 하지만 알츠하이머만큼은 걸리고 싶지 않다. 과학자들이 서둘러 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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