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견기업 中企 M&A때 세액공제율 10%서 20~30%로 높여야"

기술中企 인수 R&D와 같은 효과
창업자엔 또다른 혁신기회 될 것
비제조업 분야 맞춤정책 발굴 등
중견기업 육성 패러다임 전환 필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의 여파가 유럽에 불어닥쳤을 때 이탈리아는 포르투갈·그리스·스페인과 더불어 ‘PIGS’라 불리며 심각한 재정난에 빠졌지만, 독일은 탄탄한 기술기반 기업(히든챔피언)들에 힘입어 경제 강국의 지위를 더욱 굳건히 했다. 면적·인구 등이 비슷한 이탈리아와 독일이 위기에서 완전히 다른 길을 걸은 데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지만 기업 규모 분포의 영향도 큰 것으로 분석된다.

이탈리아는 9인 이하 영세 중소사업자들이 많은 산업 구조지만 독일은 종업원 수 300~999인 기업 수가 이탈리아의 8배를 넘을 정도로 많은 중견기업을 보유하고 있다. 이홍 광운대 경영학과 교수는 “위기 앞에서 소기업 중심 경제는 버티기 힘들고, 대기업 중심은 특정 회사가 망했을 때 타격이 매우 크다”며 “한국처럼 수출 의존도가 높아 해외 리스크의 영향을 많이 받는 나라는 독일처럼 중견기업을 다수 육성해 경제의 생존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한국 중견기업은 2015년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출이 각각 11%, 6.8% 줄어들 때 오히려 3.1% 증가하며 위기에 강한 모습을 보였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중소벤처기업부 출범과 함께 기존 중소기업청이 맡던 중견기업 업무가 산업통상자원부로 이관되면서 중견기업 정책이 변화의 계기를 맞고 있다. 중견기업들은 지금까지 중견기업 정책이 중소기업 지원의 연장선 정도에 그친 점을 지적하며, 긴 호흡으로 ‘중견기업 육성’에 초점을 둔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경제의 ‘허리’ 역할을 맡은 중견기업의 양적 성장과 기술혁신을 통한 질적 성장을 유도하기 위해 중견기업 육성에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한다. 재벌 대기업 중심 성장의 한계를 극복하고, 중소기업 → 중견기업 → 대기업으로 가는 성장사다리를 튼튼히 만들어야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중견기업이 스타트업 등 중소기업들을 활발히 인수합병(M&A)할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을 하는 방안이 꼽힌다. 구체적 수단으로는 기술혁신형 M&A 세액 공제율을 현행 10%에서 20~30%로 늘리는 세제혜택 등이 있을 수 있다. 한정화 한양대 교수(전 중기청장)는 “중견기업이 기술력 있는 스타트업을 인수할 환경을 만들면 연구개발(R&D)과 마찬가지 효과를 낼 수 있고 창업자들의 출구도 마련해준다”며 “중견기업에는 성장의 기회를, 스타트업 기업가에는 제2, 제3의 혁신 창업의 기회를 줘 선순환하는 기업 생태계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수 중견기업이 삼성전자나 현대차의 1차, 2차 벤더(도급업체)로 특정 대기업에만 의존하는 점도 개선과제다. 중견기업이 다양한 거래처를 확보하게 함으로써 경쟁·생존력을 끌어올리도록 유도하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이 교수는 “대기업의 상생은 더 주는 게 아니라 중견·중소기업이 살 수 있는 재량권을 주는 것”이라며 “대기업과 정부(산업부)의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국내 중견기업에서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비제조업 분야에 대한 정책 발굴도 필요한 상황이다. 강호갑 중견기업연합회 회장은 “중견기업을 중심에 둔 새로운 국가 성장 전략에 대한 업계의 기대가 어느 때보다 높다”며 “중견기업계는 정부와 적극 소통하고 협력하며 경제 재도약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임진혁기자 liber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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