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전 장관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29일 열린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 뇌물수수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왔다. 검찰은 이날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은 문 전 장관을 제치고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이뤄졌다”는 내용의 문 전 장관 측 항소이유서를 제시했다. 국민연금의 합병안 찬성은 “박 전 대통령 지시에 따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과 김진수 전 청와대 보건복지비서관이 한 축이 됐고 대통령 지시를 받은 최원영 전 고용복지수석과 이태한 전 복지부 인구정책실장이 한 축이 돼 문 전 장관을 배제하고 벌인 사건”이라는 게 구체적 내용이다. 문 전 장관은 이에 대해 “변호인이 내 의견을 묻지 않고 추정한 내용을 썼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복지부 공무원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에 삼성물산 합병 찬성을 지시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의 실형을 선고받고 항소심 재판 중이다.
문 전 장관의 항소이유서 내용은 삼성물산 합병 과정에서 자신의 역할을 부정하며 박 전 대통령의 지시를 강조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박 전 대통령이 삼성물산 합병에 개입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 삼성그룹 승계 현안을 대가로 최씨 딸 정유라씨 승마 지원 등 뇌물을 수수했다는 혐의가 한층 짙어진다. 지난 25일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다만 문 전 장관은 증인 신문 내내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삼성물산 합병에 찬성한 과정에 청와대와 복지부의 압력은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날 검찰이 제출한 이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들의 뇌물공여 혐의 1심 판결문을 증거로 채택했다. 박 전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이 부회장 1심 재판부가 유죄 근거로 제시한 승계에 관한 ‘묵시적 청탁’이나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뇌물수수 공모관계를 두고 검찰과 논쟁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