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년생 김지영’의 조남주 작가(왼쪽)과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오른쪽)이 ‘2017 예스24 여름문학학교’ 강연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을 받고 있다./사진제공=예스24
‘82년생 김지영’의 조남주 작가가 최근 과격화 논란이 일고 있는 국내 페미니즘 운동에 대해 “몰카 찍지 마라, 때리지 마라 말하며 얼굴 가리고 검은 옷 입고 시위하는 방식 정도면 매우 온건한 편”이라 밝혔다.조 작가는 지난 29일 저녁 서울 홍대 인근 한 카페에서 진행한 ‘2017 예스24 여름문학학교’ 강연에 앞서 열린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한국 페미니즘이 지나치게 공격적이고 과격하다”는 질문에 답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어떤 사회의 움직임도 하나의 면만 가지고 있지는 않고 급진, 온건, 공격 다 존재한다”며 “페미니즘도 마찬가지로 다양한 시각 표현방식이 있는 게 정상이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조 작가는 이어 “남성 독자 중, ‘남성에 대해 너무 나쁘게 묘사한다’고 비판하는 사람이 있다”는 질문에 “김지영의 생일이 4월1일(만우절)”이라며 “물론 ‘김지영’ 한명에게 집약해서 보여준 만큼 실제보다 상황이 안 좋은 것처럼 보여줄 수 있지만, 자기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어느 쪽이어도 김지영의 삶이 거짓말 같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답했다. 조 작가는 이어 “페미니즘 작가라 인식되는 것 역시 부담되지 않는다”며 “스스로 더 자각하며 소설을 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강조했다.
조 작가는 ‘82년생 김지영’에 대해 “보편적이면서 많은 사람이 겪는 이야기를 담고 싶었다”며 “미디어 등에서 여성을 묘사하는 화려한 모습들이 뒤틀려 있다고 생각해, 평범한 사람들은 이런 고민과 생각을 가진다는 것을 기록물로 남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82년생’을 주인공의 생년으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 “성감별을 통한 여아낙태가 진행되고, 성인이 되기 직전 찾아온 IMF 경제위기로 사회에 나갈 때, 진로를 제한받았으며, 그렇게 자란 여성이 엄마가 될 때쯤, ‘아이는 어린이집에 다 맡기고 커피숍에서 노는 젊은 엄마’라 비난받은 세대가 80년대 초반생”이라 설명했다.
조 작가와 함께 강연에 참석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도 “우리 현실 속에 남녀를 차별하는 현 상황을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런 현실이 불편하지 않은 사람도 있기 때문에 현실이 변하지 않는 것”이라며 “모든 남성이 이 책을 읽고 불편해하는 사람과 같았다면 이런 현실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라 목소리를 높였다. 노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82년생 김지영’ 책을 선물했던 일화를 들며 “조 작가가 여성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지점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면 바꾸는 것은 정치가 해야 할 일”이라 강조했다.
노 원내대표는 이어 “오늘날 현실은 새로운 생명을 얻은 사람이 또 다른 생명인 직업을 상실하는 것은 큰 문제”라며 “물론 가정, 직장에서의 인식 변화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제도적 뒷받침”이라 강조했다. 노 원내대표는 조 작가에 대해 “영웅이 시대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영웅을 만든다는 말이 있는데, 마치 고기가 물을 만난 듯 시대가 정확하게 요구하는 작품을 내놓았다”고 극찬했다.
/우영탁기자 tak@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