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상품권 관련 법률제정안은 2개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이 지난 7월25일 대표발의한 ‘상품권 발행 및 유통질서 확립과 상품권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과 6월6일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상품권 유통질서 확립 및 상품권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이다.
또한 금명간 이학영 민주당 의원이 경실련과 함께 만든 ‘상품권 규제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이들 법안은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상품권 발행을 규제하고 소비자 보호 내용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채이배 의원은 “상품권을 누가 언제 어디에 사용하는지 파악할 수 없어 상품권을 이용한 리베이트, 뇌물, 기업 비자금 조성 등 감독의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며 법률안 발의 배경을 설명했다. 홍익표 의원도 “상품권의 불법유통과 상품권 발행자의 도산으로 인한 피해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상품권 구매자 및 이용자 확인=채 의원 안은 상품권을 통한 뇌물제공을 막기 위해 한 걸음 더 나갔다.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구입했을 경우 또는 개인이 연간 300만원 이상 상품권을 구매했을 경우 상품권 발행자나 판매자는 구매자의 신분확인 후 구매자 인적사항이나 상품권 판매 내역을 기록하고 보존하도록 했다. 더 나아가 그 상품권을 이용한 사람에 대해서는 현금영수증 발급을 의무화했다. 채 의원은 이와 관련한 법인세법 개정안도 제출, 상품권을 대가로 받은 물품이나 용역에 대해 현금영수증을 발급한 사안에 대해서만 접대비 지출 증빙으로 인정하도록 했다. 지금은 법인카드로 상품권을 구입하면 별도의 지출 증빙이 없어도 구입증명(신용카드 매출전표)으로 접대비 경비처리가 가능하다. 채 의원은 “뇌물로 상품권을 주고받는 관행을 없애기 위해 누가 상품권을 샀고 누가 사용했는지를 명확히 하자는 것”이라고 입법 취지를 설명했다. 채 의원 안에는 또한 상품권을 하도급 대금이나 임금으로 지급하는 것을 금지했다. 홍 의원 안에는 이 같은 상품권 구매자 및 이용자 확인 조항은 없다.
◇상품권 발행 규제 및 공탁의무 부과=두 의원 안 모두 상품권을 발행하려는 자는 일정한 자격요건을 갖춰 금융위에 신고해야 한다. 신고내용에는 자본금, 매출액, 상품권 발행예정금액 등이 있다. 법안에는 신고와 관련한 상세한 내용은 대통령령으로 정한다고 명시해 법이 통과되면 시행령에 상품권 발행을 규제하는 내용이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두 법안 모두 상품권 발행기업이 상품권법 위반 시 또는 상품권 시장질서 교란 시 금융위에 해당 기업을 상대로 상품권 발행을 제한시킬 수 있는 권한을 줬다.
또 법안에는 공탁 또는 지급보증 의무를 부과했다. 상품권 발행기업이 부도났을 경우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기 때문에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채 의원 안은 매 분기 말 기준으로 돌아오지 않은 상품권 권면금액의 ‘50% 이내 범위’에서 공탁하도록 했다. 홍 의원 안은 ‘30%의 범위에서’ 공탁하도록 했다. 또 두 의원 안 모두 보험계약 또는 채무지급보증계약으로 공탁을 대신할 수도 있도록 했다.
◇낙전수익은 공익 목적으로 활용=두 의원 안 모두 발행 이후 5년이 지나 법적으로 소멸시효가 만료된 상품권 낙전수익은 서민금융진흥원에 출연해 상품권 이용자의 피해보상, 상품권 유통질서 조성 등 공적 목적에 활용하도록 했다.
◇법 통과 시 상품권 시장 급속 위축 전망=이 법안이 국회에서 통과하면 상품권 시장은 크게 위축될 가능성이 높다. 발행기업 규제로 상품권 발행 자체가 어려워지고 공탁 등 발행부담도 크게 증가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계는 법 제정에 반대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품권법 제정이 투자를 축소시키고 내수시장을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있다”며 “유통업 성장과 발전을 가로막는 규제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기중앙회 관계자는 “상품권법 적용대상에서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은 한시적인 보류나 정부보증 강화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품권법의 역사=상품권법은 지난 1961년 처음 제정됐다. 처음에는 상품권이라는 것이 낯설어 발행이 거의 없었다. 그러던 중 1971년 정부가 경기부양 목적으로 상품권 발행업소 8개를 지정하면서 활성화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번 불붙기 시작한 상품권 발행이 크게 늘자 정부가 1975년 상품권 발행을 전면 금지했다. 과소비 조장이나 무기명성을 활용한 뇌물제공 등의 부작용이 급증하고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그러다 1990년 도서상품권 양곡상품권 발행 허용으로 다시 물꼬를 트기 시작했고 1994년에는 상품권 발행을 전면 허용했다. 이후 IMF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경제활성화라는 명분으로 1999년 상품권법이 폐지되면서 상품권 발행은 완전 자유화됐다.
2000년대 들어 상품권 관련 부조리가 커지자 2009년 당시 한나라당의 안효대 의원 외 소속당 의원 52명이 상품권 규제법안을 제출했으나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2015년에는 당시 홍익표 민주당 의원이 다시 규제법안을 제출했으나 역시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됐다. /안의식기자 miracle@sedaily.com
◇상품권의 역사
1961년12월 국내 최초 상품권법 제정.
1971년12월 정부, 경기부양 목적으로 상품권 발행업소 8개 지정
1973년 상품권 발행 등록제도 시행. 상품권 발행 활발.
1975년12월 상품권 발행 전면 금지. 과소비 조장, 부조리 수단 활용 이유.
1990년10월 도서상품권, 양곡 상품권 등 일부만 발행 허용.
1994년1월 상품권 발행 전면 허용.
1999년2월 경제활성화 이유로 상품권법 폐지. 전면 자유화.
2002년11월 백화점 상품권의 법인카드 매입 허용.
2009년7월 전통시장 온누리 상품권 발행
2009년9월 한나라당 안효대 의원외 52명, 상품권 규제법안 제출.임기만료 폐기
2015년4월 새정치민주연합 홍익표의원등 10인, 상품권 규제법안 제출.임기만료 폐기
2017년6월 민주당 홍익표의원등 10인, 상품권 규제법률안 발의
2017년7월 국민의당 채이배의원 등 10인, 상품권 규제법률안 발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