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인터뷰②] 이준 “‘트루먼쇼’ 망상...장난감총 들고 혼자 싸운 적 있어”

과거 예능에서 ‘4차원’ 캐릭터를 선보이며 인생을 별 고민 없이 살 것 같던 이준은, 사실 무척이나 예민하고 진지하고 고민이 많은 성격이다.

배우 이준 /사진=프레인TPC


최근 종영한 KBS 2TV 주말드라마 ‘아버지가 이상해’(극본 이정선, 연출 이재상, 이하 ‘아이해’)에서 안하무인 배우 안중희 역을 맡으면서 이준은 극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려 부단히도 노력했다. 툭툭 내뱉는 안중희의 말투는 허투루 탄생한 게 아니었다.

매 작품마다 새로움을 보여주고 싶던 이준은 최대한 다양한 조건 속에서 치밀한 캐릭터 구상을 이어가며 끊임없는 도전을 하고 있다. 이번 ‘아이해’도 마찬가지였다.

3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프레인TPC 사옥에서 만난 이준은 ‘아이해’를 통해 처음으로 주말극을 소화한 것에 대해 “군입대 전 마지막 작품이 될 것이라는 건 알고 시작했다. 한 살이라도 젊었을 때 여러 가지 일에 도전하는 건 좋은 일인 것 같다. 장르별로, 방송사별로, 감독님별로, 작가님별로 여러 가지를 경험해보고 싶다. 자신이 없는 캐릭터도 일단 덤비고 보려 한다. 그러다보니 채널별로 작품도 다 하고 단막극, 8, 16, 30, 50부작까지도 골고루 다 해봤더라. 다양하게 하는 게 재미있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볼 수 있는 것 같다. 아직은 내 연기가 부족해서라고 생각하는지 몰라도 한 가지를 제대로 하고 싶은 욕심이 크다”고 말했다.

극중 안중희(이준 분)는 매니저인 변미영(정소민 분)과 멜로라인을 형성했다. 정소민과 처음으로 호흡을 맞춘 소감을 묻자 이준은 혀를 내둘렀다. “내가 리딩을 원래 못하는 타입이어서 첫 리딩 때도 사시나무처럼 떨면서 리딩을 했는데 정소민은 처음부터 러블리한 느낌으로 캐릭터 연구를 잘 표현하더라. 첫날부터 재미있는 촬영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짜이지 않은 듯한 느낌이 좋았다. 내 대사도 잘 받아주더라. 합이 잘 맞았다. 정소민이 나와 비슷한 게, ‘T바’(배우가 연기할 곳의 표시)를 잘 못 밟는 다는 것이다. 몸이 묶이는 느낌이 들어서 나도 안 밟는데 정소민도 그렇더라.”

어느 날 갑자기 일평생 만난 적도 없던 변한수(김영철 분)를 아버지로 받아들이는 과정도 ‘아이해’ 속에서 이준이 연기해야 할 중요한 서사였다. 때문에 대선배인 김영철과 부자간의 깊이 있는 호흡을 맞추는 장면도 많아 부담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

“상대적으로 김영철, 김해숙, 이유리 선배님과 대사를 주고받는 것에 걱정을 많이 했다. 무섭기도 했다. 이유리 선배님은 예능 속 내 캐릭터와 비슷하시더라. 김해숙 선배님은 내 작품을 잘 봤다고 해주셨다. ‘어떻게 날 알지?’라고 생각했다. 첫날부터 완전 편하게 대해주셨다. 김영철 선배님은 ‘너 하고 싶은 대로 마음껏 해’라고 해주셨다. 경력이 오래되신 선배님이 보시기엔 내 연기가 얼마나 부족했을까. 그래도 그런 걸 믿어주셔서 큰 힘을 얻었다.”

배우 이준 /사진=프레인TPC



‘아이해’가 가진 특유의 풍부한 감정선 때문에 예전작과 다른 느낌을 받았을 것 같다고 묻자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따뜻함을 느꼈다. 유쾌하고 따뜻한 느낌이 좋아서 드라마를 하게 됐는데 중간에 감정이 폭발하는 신에서도 따뜻함을 느꼈다. 김영철 선배님이 하시는 연기를 보면 연기 자체가 개연성이 되는 느낌을 받았다”며 “가장 슬펐던 장면은 김영철 선배님께서 수박과 참외를 사오면 내가 던져야 했던 장면이다. 당시 그 수박과 참외가 보통의 것이 아니라 생각이 들어서 잘 못 던지겠더라. 영철 선배님의 눈빛이 너무 착하시기도 해서 화를 못 내겠더라. 던지고 산산조각이 된 수박과 참외를 보고서도 너무 슬펐다”고 말했다.

이제는 배우로서의 감이 잡히지 않았을까 생각할 법도 한데 많은 배우들이 그렇듯, 이준 역시 연기를 ‘하면 할수록 어려운 것’이라며 고민을 토로했다. “한 번 이상 내 연기를 못 보겠더라. 아직도 아쉬운 점이 많이 보인다. 개선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전보다 조금만 더 잘해보자고 생각한다. 오히려 아무것도 모른 상태로 찍은 제일 첫 작품인 ‘닌자 어쌔신’의 연기가 좋았다고 생각한다.”

“나는 사실 연극영화과를 나온 것도 아니어서 연기 철학은 잘 모른다. 카메라 울렁증이 있어서 항상 떨면서 연기한다. 앵글이 가까워질수록 두렵다. 스태프들에게 내가 연기할 때 가까이서 보지 말아달라고 얘기한다. 시선에 대한 두려움이 아직도 있다. 그런데 연기는 내 장래희망이었다. 어릴 때부터 굉장히 매력적이라 생각했다. 가끔 가다가 편지를 읽어보면 ‘많은 치유가 됐다’는 반응이 있는데 ‘이런 맛에 연기를 하는구나’를 느낀다.”

이준의 ‘카메라 울렁증’은 과거 ‘라디오스타’ 같은 예능, 가수 활동을 할 때도 있었다. 그나마 가수가 덜 떨렸던 건 카메라가 멀리 있었기 때문이라고. 때문에 드라마도 풀샷이 편하단다. “그래서 ‘풍문으로 들었소’가 촬영하기 편했다. 카메라 앞에선 말 한 마디를 잘못하면 굉장히 큰 실수를 하는 것 같아서 압박감이 있다. ‘럭키’를 찍을 때도 카메라들은 기계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래도 변하는 건 없었다.”

여기에 이준은 돌연 하나의 고백으로 폭소를 일으키기도. ‘카메라 울렁증’이 망상으로 번진 경험담을 털어놨다. “트라우마라 하면 트라우만데, 어딘가에서 카메라 셔터 소리가 나면 깜짝 놀란다. 영화 ‘트루먼쇼’ 같은 상황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집에서 가만히 있다가 확 뒤를 돌아보는 일도 있었다. ‘사토라레’처럼 내 속마음을 누군가 보는 게 아닌가 생각한 적도 있다. 원래도 욕을 잘 안 하지만 속으로도 남의 욕을 안 하려고 한다. 20만 원짜리 장난감 총을 산 적이 있는데, 최근에는 집에서 한 번 소리가 나서 혼자 괜히 겁먹고서 장난감 총을 들고 ‘야 나와!’ 외친 적도 있었다.(웃음)”

배우 이준 /사진=프레인TPC


기왕 이야기가 나온 김에 “연예인과 교제한 경험도 있다”며 연애 관념도 속 시원히 밝혔다. “지금은 연애를 깊게 못하는 것 같은데 중학교 때는 진짜 깊게 했다. ‘풍들소’에서 공감이 많이 갔던 게, 내가 연기한 한인상이 상대가 없으면 죽을 것 같은 심정이었는데, 딱 내 마음이 그랬다. 그 때는 좋은 추억이 많았는데 성인이 되고서 식욕과 함께 그런 의욕이 줄어든 것 같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굉장히 예민해지고 입맛을 잃었다. 밥은 그저 일을 하기 위해 먹었다. 연애보다 일이 우선이 되더라. 내 삶이 더 중요시 생각됐다. 일적으로 성공하고 싶었다. 중학교 때부터 미래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이준은 ‘아이해’를 마지막 작품으로, 10월 24일 입대까지 한 달 남짓을 팬미팅과 휴식으로 채울 예정이다. 팬미팅으로는 한국, 일본, 멕시코 팬들과 만날 예정. ‘아이해’로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또 한 번 인정받은 시기라 갑작스런 입대가 더욱 아쉬울 법도 하다.

“별로 아쉽지는 않다. 오히려 별 생각은 없다. 잊혀질 거라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다. 쿨하게 스트레스 안 받고 현재의 내 삶을 즐겁게 살고 싶다. 잊히더라도 아쉬울 건 없다고 생각한다. 숙소 생활을 해봤기 때문에 군대에서 적응은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내 삶의 모토가 ‘남들에게 상처를 주고 싶지 않다’는 것이다. 어떤 일을 하더라도 재미있게 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일단 일보다도 개인적으로 행복해지고 싶은 마음이 크다. 최근까지도 드라마, 영화 출연 제안이 많이 들어왔다. 마음만 먹으면 최대한 많이 찍고 입대할 수도 있었는데, 그것보다도 내 삶을 좀 더 찾아보자고 생각해서 쉬려고 했다. 좋은 선택을 한 것 같다.”

/서경스타 한해선기자 sestar@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