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통상임금 1심 패소] 기아차 3분기부터 적자전환…현대차 등 계열사로 '위기 전이' 우려

기아차 사드 여파로 실적악화 1조 추가부담
최악의 경우엔 연 영업익 10년 만에 적자 올수도
현대차그룹 수직계열화 모비스 등도 타격 가능성

기아자동차 통상임금 소송에서 사측이 패소하면서 현대자동차그룹이 충격에 휩싸였다. 기아차의 정기 상여금이 정기성과 일률성·고정성을 충족하기 때문에 통상임금으로 인정받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지만 기대를 걸었던 ‘신의성실의 원칙(신의칙)’을 적용받지 못하면서 조(兆) 단위의 추가 비용을 부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당장 기아차는 3·4분기부터 대규모 충당금을 적립해야 해 적자로 돌아선다. 기아차의 경영 위기는 현대차는 물론 수직계열화를 이루고 있는 그룹 구조상 다른 계열사로까지 전이될 수밖에 없어 우려를 키우고 있다. 무엇보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 여파로 올 중국 판매량이 반토막 나면서 납품대금조차 주지 못해 공장 가동을 중단하는 사태까지 발생한 상황에서 통상임금 쓰나미까지 밀려들어 현대자동차그룹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아차 1조원 추가 부담…3·4분기 적자 전환 불가피=기아차는 이번 소송 패배로 3·4분기 적자 전환이 불가피하게 됐다. 사드 보복에 따른 판매 감소가 장기화되면서 3·4분기 영업이익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수천억원에 달하는 충담금을 적립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연간 영업이익이 적자로 돌아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지난 2007년 이후 10년 만에 적자를 기록하게 된다.

법원이 이번 판결에서 상여금과 중식비만 통상임금으로 인정하고 일비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인정액이 줄어들기는 했으나 그래도 기아차가 추가로 부담해야 할 금액이 1조원 안팎에 이른다. 1심 판결 인정금액은 4,223억원이지만 이는 2008년 8월~2011년 10월에 국한된 것이고 2011년 10월~2014년 10월 임금 소급액과 소송 제기 기간에 포함되지 않았으나 2014년 11월부터 현재까지 소급액을 합산하면 잠정적으로 1조원 내외의 부담이 발생한다는 것이 기아차 측의 설명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회사 경영 상황에 대한 법원의 판단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올 상반기 2010년 이후 최악의 실적을 기록한 상황에서 1조원대의 충당금까지 적립하게 되면 어려움이 더욱 가중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기아차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은 7,87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4%나 급감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률은 3.0%로 2012년의 7.5%에 비하면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특히 독일 BMW(11.2%)와 일본 도요타(7.0%)는 물론 미국GM(8.0%) 등과 비교하면 격차가 더욱 도드라진다. 올 상반기 엔화가 강세인 점을 고려하면 기아차의 수익성 하락은 지표보다 더 심각하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업계의 한 고위관계자는 “매년 설비투자와 연구개발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는 완성차 업계에서 영업이익률 5%는 성장을 위한 마지노선이지만 기아차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률은 상반기보다 더 떨어질 것이 분명하다”면서 “통상임금 패소로 충당금까지 적립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설비 및 연구개발 투자 여력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이는 곧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했다.

무엇보다 현재의 위기를 타개할 뾰족한 묘수가 없다는 점에서 기아차의 경영 악화 우려는 더욱 커진다. 당장 중국과 미국 등 주요 시장과 내수의 동반 부진이 이어지고 있지만 판매량을 끌어올릴 만한 소재가 없다. 바닥 수준까지 내려온 수익성을 고려하면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기가 힘들다. 더군다나 하반기에 출시되는 신차는 소형차인 프라이드 후속 모델이 유일한 상황이다.

◇기아차 위기 곧바로 현대차로 전이=문제는 통상임금발 위기가 기아차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장 기아차 지분 33.38%를 보유한 현대차는 지분법 손실을 떠안아야 하고 수직계열화한 현대차그룹의 구조를 감안하면 모비스·제철·글로비스 등 다른 계열사로도 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

현대·기아차는 사드 배치 여파로 중국 판매량이 급감하면서 최악의 한 해를 보내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1~7월 중국에서 50만964대를 판매해 판매량이 전년 대비 45.5% 감소했다. 현대차가 35만1,292대로 40.7% 줄었고 기아차는 14만9,672대를 팔아 54.2% 감소했다. 판매가 급감하면서 협력업체들에 대한 대금 지급이 지연되자 납품을 거부하는 업체가 발생, 현대차는 29일 베이징 공장 3곳과 창저우 공장 1곳 등 4곳의 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30일 공장 가동을 재개했으나 베이징현대의 자금난이 심화될 경우 납품 거부로 인한 공장 가동 중단 사태가 재연될 가능성이 크다. 사드 보복에 따른 판매 감소는 최소한 올해 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현대·기아차는 올 중국 판매가 지난해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80만대 안팎에 머물 것으로 전망한다.

통상임금 문제만 놓고도 이번 판결 결과는 현대차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일단 현대차는 통상임금 소송에서 2심까지 회사가 승소해 법적으로는 기아차처럼 통상임금 범위가 확대되는 등의 우려는 없다. 하지만 기아차의 임금이 상승하면 자연스레 형제 회사인 현대차 노조원들이 반발할 수밖에 없다. 기아차는 이미 현대차보다 평균 근속연수가 긴 직원들이 많아 평균 임금이 더 높다. 지난해 기준으로 기아차의 평균임금은 9,600만원으로 현대차보다 200만원 더 많았다. 이번 통상임금 소송 결과에 따라 기아차가 약 1조원의 비용을 더 부담한다고 가정하면 근로자 3만명이 1인당 약 3,300만원 정도의 인건비 상승 효과가 있다. 절반가량만 금액이 반영되더라도 1,500만원 이상씩 임금이 오를 가능성도 있다. 이는 현대차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성행경기자 saint@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