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1,082억원어치를 팔아치우며 5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지속했다. 코스피지수도 외국인의 ‘팔자’에 밀려 전일 대비 0.38% 내린 2,363.19로 하루 만에 하락 반전했다. 외국인은 올 상반기까지 국내 증시에 대한 러브콜을 지속해왔다. 덕분에 코스피지수도 박스권을 탈출하고 지난해 12월부터 7월까지 8개월 연속 상승세를 유지했다. 그러나 외국인은 7월부터 차익 실현에 나서면서 지수도 상승세를 멈췄다. 외국인은 7월 5,247억원을 순매도한 데 이어 8월에는 2조원 가까이 팔아치웠다.
외국인의 변심에 국내 증시가 흔들리는 사이 외국인의 자금은 중국 증시로 몰리고 있다. 8월(1~30일 기준) 한 달간 외국인 투자가들이 후구퉁(홍콩에서 상하이증시 투자)과 선구퉁(홍콩에서 선전증시 투자)을 통해 순매수한 상하이 A주는 252억5,000만위안(약 3조8,490억원)에 달한다. 1월 순매수 금액인 96억4,000만위안과 비교해 무려 160% 이상 늘어났다. 이은택 KB증권 연구원은 “5월 위안화 강세 전환 이후 자금이 중국으로 밀려들고 있다”며 “유동성 확대로 중국 본토증시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상하이지수는 8월25일 3,300선을 뚫으며 19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2015년 8월 3,000선이 무너진 후 2년 만이다. 류팡쥔 싱신에셋 대표는 “글로벌 자금 중 액티브 자금들이 먼저 중국으로 돌아오고 있다”며 “대형 펀드들은 벤치마크 지수에 따라 자금 유출입이 결정되지만 액티브 자금은 단기 시장전망에도 투자처를 자유롭게 변경한다”고 말했다.
한국과 중국시장을 두고 외국인의 태도 변화는 중국의 이익 모멘텀과 증시 주변 환경이 한국보다 유리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은 지정학적 위기 고조와 기업실적 둔화에다 이재용 부회장의 1심 판결 등으로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정학적 우려가 진정되면 순매도 강도도 완화될 수 있지만 9월까지는 외국인 수급이 부정적일 것으로 예상했다. 정동휴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근 올해 영업이익 추정치는 196조4,000억원으로 7월 말 196조6,000억원 대비 소폭 하락했다”며 “추세적인 하락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라 외국인 수급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중국은 기업실적이 꾸준히 개선되는 등 경제 상황이 나아지면서 외국인의 구미를 당기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실적을 발표한 상하이증시 상장사들의 순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평균 29%가량 증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효진 SK증권 연구원은 “2008년 경기침체 이후 중국 기업의 이익 증가율은 부채 증가율을 밑돌았는데 최근 중국의 기업이익은 오랜만에 부채 증가율보다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중국 경제가 새로운 상승 사이클에 진입하는 것이 아니냐는 기대감도 나오고 있다. 무디스는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을 6.6%에서 6.8%로 올렸다. 김 연구원은 “중국 경제성장률이 7% 중반을 기록할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매우 낮지만 소폭이나마 성장률 하단이 높아진 것은 경기의 하방 리스크가 줄어들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라고 강조했다. 또 내년 6월 중국 A주가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신흥국지수에 편입되는 것도 긍정적이다. 중국A주가 편입되면 MSCI 신흥지수에서 중국 비중은 28%에서 35%로 올라간다. 고승희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MSCI지수 비중이 조정되면 글로벌 기관투자가들도 국가별 비중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조정하게 된다”며 “이로 인해 중국 증시에 더 많은 외국인 자금이 흘러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