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과의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을 하루 앞뒀던 지난달 30일 오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김영권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홈 관중의 응원 함성이 너무 커서 선수들끼리 소통하기 힘들었다” 지난달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한국 대 이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전이 0-0 무승부로 끝나고 기자회견에서 나온 발언. 과연 어느 팀 선수가 한 말일까? 놀랍게도 이란 선수는 아니다. 한국 축구 대표팀의 주장인 김영권(광저우)의 반응이었다.
그는 경기 종료 후 취재진에게 “관중들의 함성이 크다 보니 선수들끼리 소통하기가 매우 힘들었다”며 “소리를 질러도 들리지 않았고, 선수들끼리 소통을 하지 못해 답답했다”고 설명했다. 수적 우위 속에서도 유효 슈팅 ‘0개’의 졸전을 펼친 홈 팀의 주장이 부족한 경기력의 원인을 홈 관중에게 돌린 셈이다. 이 날 경기장에는 6만여 명의 관중이 찾아 열띤 응원을 펼쳤다.
김영권의 발언이 공개되면서 축구 팬들의 분노는 커지고 있다. 당연한 일이다. 최근 부진했던 축구대표팀을 위해 늦은 시간까지 현장에서 목이 터져라 응원한 관중들로서는 허탈함을 느낄 수밖에 없다.
한 대형 포탈 사이트의 회원수 20만명에 달하는 축구 커뮤니티에는 성토 글이 쏟아졌다. 한 팬은 “우리가 큰 실수를 할 뻔했네, 경기장에서 응원하는 선수들 방해 안되게 응원하지 말았어야 했어. 앞으로 축구 팬들 선수들한테 경기력에 지장 되는지 물어보고 응원해”라는 댓글을 남겼다. 또 다른 축구 팬은 “앞으로는 대표팀 경기력에 영향 줄 수 있으니까 무관중 운동을 펼치자”고 분노했다.
한편, 비난의 목소리가 커지자 김영권은 1일 축구대표팀 관계자를 통해 사과했다. 그는 “그런 의도로 이야기한 게 아니었는데, 머릿속이 복잡해 말을 잘못했다”라며 “매우 후회스럽고 죄송하다. 응원해주신 팬들께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대표팀 관계자는 “김영권이 말실수 한 것을 뒤늦게 인지하고 매우 괴로워했다”며 “홈 관중의 응원을 깎아내리거나 훼손하고자 하는 의도가 아니었다”라고 부연했다.
/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