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는 6년 전부터 지역사업 예산지원을 시민투표 등으로 결정하는 ‘시민참여예산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시민 참여가 저조한데다 민간 아이디어를 도용해 예산을 따내려는 사례도 발생하는 등 제도의 허점을 곳곳에서 드러냈다.
서울시는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2일까지 내년도 시민참여예산을 편성하기 위한 시민 온라인투표를 벌이고 있다. 내년도 시 예산 중 555억원을 어떻게 쓸지 시민이 결정하는 과정이다. 주민자치에 초점을 두고 당사자가 직접 정책과 예산을 결정한다는 취지는 좋지만 제도적 허점에 대한 보완 없이는 진정한 ‘직접민주주의’ 실현의 창구가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시는 이번 아이디어 도용 사례를 놓고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참여예산 제안은 아이디어 공모가 아닌 좋은 정책을 곳곳에 도입해 확산하자는 게 목적”이라며 “유사성이 있다는 것이 탈락시킬 사유는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독창적 아이디어가 ‘차용’이 아닌 선한 취지였다는 이유로 ‘도용’되는 상황이 빚어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인정한 시는 “협의회 1·2차 심사 단계에서 일정 기간 해당 제안 아이템을 공고해 혹시 있을지 모를 사업 아이디어 도용 여부를 확인하고 전문위원을 강화해 필터링 과정을 보완하겠다”고 덧붙였다.
시민 다수가 참여예산제에 대해 모르거나 구청 직원의 주민투표 독려에 마지못해 나서는 등 부족한 홍보도 시민참여예산이 넘어야 할 산이다. 서울시민 1,000만명 가운데 마감 하루 전인 1일 오후 2시께까지 온라인투표 참여자는 11만명에 그쳤다. ‘용감한 기세’라는 아이디를 쓰는 한 시민은 “특정 구나 동이라는 한정된 생활 반경에서 사는데 서울 전체 문제를 다루고 이를 선택하는 건 사실상 어렵다”며 “지역구별로 안건을 구분하고 세분화해 투표할 수 있는 시스템 정비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