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폭우 등 영향으로 8월 채소류 가격이 크게 오른 가운데서울의 한 마트에서 소비자가 근심 어린 표정으로 채소를 고르고 있다. /송은석기자
추석이 한 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8월 소비자 물가가 5년여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천정부지로 뛰는 채소 가격 때문이다. 보통 추석을 앞두고는 물가가 더 오르기 때문에 서민들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1일 통계청이 발표한 2017년 8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는 전년 같은 달보다 2.6% 올랐다. 2012년 4월 2.6% 오른 이후 가장 큰 상승률이다.
채소 가격이 많이 오른 영향이 컸다. 8월 채소 가격은 22.5% 폭등했는데 7월 증가율(10.1%)보다도 2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채소류를 포함한 농축수산물 가격도 12.2% 상승했다. 품목별로 보면 1년 전과 비교해서 양배추가 100.6%나 가격이 뛰었고 상추(72.4%), 무(71.4%), 달걀(53.3%), 오징어(53.1%), 토마토(45.3%), 양파(36.5%), 돼지고기(12.1%) 등의 상승도 두드러졌다. 다만 달걀의 경우 살충제 파동 등 탓에 수요가 줄면서 7월과 비교해서는 6.3% 가격이 떨어졌다.
기획재정부는 7월 소비자물가 동향 분석을 발표하면서 “8월 중순 이후에는 채소의 출하물량 작황 양호, 출하지 교체 등으로 수급 여건이 개선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수급 여건이 나아지면 가격도 안정돼야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우영제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전망 당시에는 7~8월에 비가 이렇게 많이 올지 예상 못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7~8월 강원도 대관령 기준 강수 일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일이나 많았고 일조 시간은 84시간이 줄었다.
그간 안정세에 있던 석유류 값이 다시 고개를 든 점도 눈에 띈다. 석유류는 7월에 0.5% 상승했으나 8월엔 3.6%로 상승폭이 확대됐다. 최근 미국의 원유생산 증가 등으로 국제 유가가 조정될 움직임이 일어서다. 석유류 가격이 오르면서 공업제품 물가도 1.0% 올랐다.
먹거리·연료에 전월세 가격까지 실생활과 밀접한 물가가 전반적으로 오면서 8월 생활물가지수도 1년 전보다 3.7% 높아졌다. 이 정도 상승한 전례를 찾으려면 2011년 12월(4.4%)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정부는 급등하는 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비축 물량을 시중에 풀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배추 1만 9,000톤, 무 5,000톤, 양파 2만 5,000톤, 감자 3,000톤 등이다. 하지만 비축 물량 공급은 이미 상당 부분 시행하고 있는 것이어서 가격을 실제로 가라앉힐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주현 기재부 물가정책과장은 “정부 물량을 아무리 풀어도 기상 여건이 안 좋으면 출하 자체를 못하는 등 문제가 있어서 가격을 안정시키는데 한계가 있다”면서 “기상청에 따르면 9월은 대체로 맑은 날씨가 유지될 전망이어서 먹거리 물가도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세종=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세종=서민준기자 morandol@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