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구 "文정부, 포퓰리즘에 도취..복지 쏟아내면서 보편적 부담은 외면"

[인터뷰] '국민 개세주의' 발의한 이종구 바른정당 의원



면세자만 800만명..근로소득자 절반 세금 ‘0’

대기업·초고소득자만으로는 복지 못떠받쳐

연봉 2,000만원 이상 月1만원 최저한세 필요

논의 시작 땐 여당서도 찬성표 많이 던질 것



여권발(發) 증세 논쟁이 한창이던 지난 7월 말 서울경제신문은 이종구(사진) 바른정당 의원이 소득세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라는 사실을 처음 보도했다. 연봉이 2,000만원을 넘는 근로자에 대해 연간 12만원의 최저한세를 부과한다는 내용이었다.

본지의 보도가 나간 후 네티즌을 중심으로 “정신 나간 세금 폭탄”이라는 비난이 쏟아졌다. 초고소득자·초대기업을 겨냥한 세법개정안을 준비하던 더불어민주당은 기회를 잡았다는 듯 “분배 정의를 해치는 서민 증세”라며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 ‘중(中)부담·중복지 실현’을 기조로 삼고 있는 바른정당 지도부도 여론의 눈치를 살피며 “당론과 무관한 법안”이라고 발을 뺐다.

우여곡절 끝에 관련 법안이 발의된 것은 지난달 21일. 법안 발의의 최소 요건인 동료의원 10인의 서명을 받는 데 한 달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비난 여론을 의식해 법안 발의에 동참하기를 꺼리는 의원이 대부분이었다. 이 의원은 재정경제부(현 기획재정부)와 금융감독원 등을 두루 거친 3선 중진으로 당내 대표적인 경제 전문가다.

최근 국회 의원회관에서 본지와 만난 이 의원은 면세자 범위 축소를 주도하고 나선 배경으로 두 가지를 거론했다.

먼저 소신과 철학이다. 이 의원은 “1,700만명의 근로소득자 중 세금을 한 푼도 안 내는 국민이 800만명”이라며 “46.8%에 달하는 면세자 비중은 미국(35.0%), 독일(19.8%), 일본(15.8%) 등 해외 선진국과 비교할 때 지나치게 높다”고 운을 뗐다.

그러면서 “국민의 일원으로 당당하게 세금을 내고 필요한 부분을 국가에 당당하게 요구하는 ‘개세주의’를 실현해야 한다”며 “17대 의원(2004년)으로 처음 국회에 들어올 때부터 품었던 소신”이라고 전했다. 이어 “서민 증세라는 지적에 동의할 수 없다. 갈수록 복지 수요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일정 소득 이상의 국민이 월 1만원씩 십시일반을 해 재원을 마련하자는 취지”라며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역시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갖고 있더라”고 귀띔했다. 이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 통과되면 연간 2,263억원의 세금이 추가로 걷힐 것으로 전망된다.



이 의원은 개인의 소신만큼이나 포퓰리즘에 도취된 문재인 정부에 경종을 울리고 싶은 마음도 컸다고 고백했다. 그는 “당정의 방안대로 초고소득자에 대해 42%의 소득세율을 적용한다고 가정하자. 4대 보험, 재산세 등을 감안하면 사실상 개인이 벌어들이는 돈의 절반 이상을 국가가 가져가는 것”이라며 “이것은 자본주의의 탈을 쓴 사회주의”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130여개 기업(초대기업)과 4만여명(초고소득자)의 부담만으로는 국민의 복지를 떠받칠 수 없다”며 “보편적 복지를 남발하는 문재인 정부가 보편적 부담은 외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 의원은 개정안의 정기국회 처리 가능성을 낙관하고 있었다. 그는 “우선 스펙트럼이 워낙 다양한 당 소속 의원들을 설득할 것”이라며 “막상 논의가 시작되면 법안 발의에 동참한 오제세 민주당 의원을 비롯해 여당에서도 많은 분들이 찬성표를 던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65세 이상 노인에 대해서도 출퇴근 시간에는 지하철 요금을 내도록 하는 등 세원을 넓히기 위한 여러 노력이 필요하다”며 “소득세법 개정안이 면세자 비율을 30%까지 떨어뜨리는 출발점이 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김현상·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사진=이호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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