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가 서울 숭의초등학교 학교폭력 사건에서 가해자로 지목된 재벌 회장 손자 A군의 사건 가담 여부를 판단할 수 없고 징계도 할 수 없다고 결정했다.


1일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서울시 학교폭력대책지역위원회는 숭의초 학교폭력 사건 재심을 열어 가해자로 지목된 학생 4명 중 3명에게 ‘서면사과’ 조치를 의결했다. 반면 A군에 대해서는 “조치할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서울시 학교폭력지역위는 7월에도 숭의초 사건을 논의했으나 당시에는 격론만 오간 채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가해·피해 학생 측 진술과 서울시교육청 감사자료 등을 두루 검토했지만 A군이 현장에 있었는지 명확하지 않았다”면서 “A군이 사건에 가담했는지 판단이 불가능해 징계조치도 내릴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학교폭력 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는 가해 학생인 경우 학교폭력지역위가 학교장에게 징계조치를 ‘요구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A군 외 다른 가해자 3명에 대해 요구된 서면사과는 학폭법이 규정한 징계조치 9가지 가운데 가장 가벼운 조치다.

서울시 관계자는 “숭의초 사건은 경미한 징계조치로 충분한 수준의 학교폭력 사안이라고 판단했다”면서 “가해학생들이 어리다는 점도 감안했다”고 말했다.

숭의초는 지난 4월 학교 수련회에서 발생한 재벌회장 손자 A군과 연예인 아들 등이 연루된 학교폭력 사건을 축소·은폐했다는 의혹을 받아왔다. 서울시교육청은 논란이 불거지자 숭의초에 대한 특별감사를 거쳐 지난 7월 ‘축소·은폐’를 확인했다며 교장 등 관련 교원 4명 중징계를 숭의학원에 요구했다.

하지만 숭의학원은 감사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재심의를 요청한 상태다. 숭의학원 관계자는 “이번 재심결과에 비춰보면 숭의초 교원에 대한 서울시교육청의 징계 요구는 부당하고 위법하다”며 “교육청은 적확한 재심의를 통해 진실을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 감사는 피해 학생 보호가 미비했다는 점과 학교폭력 처리절차가 지연된 점 등에 관한 것으로 이번 재심 결과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주장했다. /정순구기자 soon9@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