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폭탄이 서울에서 터진다면 피해가 얼마나 될까. 일단 이 질문은 난센스에 가깝다. 운반수단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다. 아무리 소형화에 성공했다고 해도 단거리나 중거리탄도미사일에 장착 가능한 수준으로 크기를 줄이지는 못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최근 ‘화성-14형’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대형 중량의 핵탄두 장착이 가능하다고 강조한 것은 소형화에 큰 진전이 없다는 점을 반증하는 대목이다. 북한이 기회가 있을 때마다 ‘탄도미사일은 한반도가 아니라 일본과 미국을 겨냥한 것’이라고 강조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동족의식 때문이 아니라 운반 무기체계가 없기 때문이다.
물론 북한이 마음만 먹으면 한국에 핵미사일을 쏠 수도 있다. 핵탄두를 장착한 중거리탄도미사일(IBRM),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ICBM 등을 고각발사해 사거리를 의도적으로 축소한다면 서울 등 목표물에 대한 핵 공격이 가능하다. 이 경우 정확도 역시 크게 떨어지지만 극단적인 상황이라면 불가능한 얘기도 아니다. 북한의 소형화 기술이 더 진전돼 500㎏ 정도로 줄일 경우 스커드나 노동 계열의 단거리탄도미사일로도 한반도 전역을 핵폭탄으로 타격할 수 있다.
지난 2016년 국가정보원이 핵폭발 효과 시뮬레이터(HYDESim)를 돌린 결과 나가사키에 투하된 원폭(21㏏)과 비슷한 20㏏의 폭발력을 갖는 핵폭탄이 국회 상공에서 터질 경우 반경 약 4㎞ 이내 건물이 완파된다. 북한 전문 웹사이트인 ‘38노스’는 100㏏ 탄두가 여의도에 떨어지면 목동의 건물까지 파괴되고 서울의 서쪽은 방사능에 완전 오염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기상청은 이날 북한의 6차 핵실험 폭발력이 50㏏ 수준이라고 밝혔다. 히로시마 원폭의 3배 이상이다.
북한의 6차 핵실험으로 인한 지진파를 한국은 5.7로 판단한 반면 미국은 6.3, 러시아는 6.4로 파악하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의 판단이 맞다면 북한이 이번에 실험한 ‘수소탄’의 위력은 100kt, 우리나라 지질자원연구소가 맞다면 50kt이라는 얘기다. 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예전에도 각국마다 차이가 있었다”며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분석의 신뢰도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인명피해는 얼마나 될까. 미국 랜드연구소가 2010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북한이 야간에 10㏏급 핵폭탄을 서울에 떨어뜨리면 사망 12만5,000~20만명을 포함해 사상자 29만~40만명이 발생한다. 병원에도 134만명이 몰려 전국의 수용 능력을 크게 초과할 것으로 보인다.
핵폭발 시 피해가 이보다 더 크다는 추정도 있다.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위협감소국(DTRA)이 서울에 20㏏의 핵폭탄이 터진다는 가정 아래 2005년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돌렸더니 34만명이 즉사하고 방사능 낙진으로 78만명이 추가로 사망하는 등 사상자가 274만명에 이른다는 충격적인 결과가 나왔다. 북한이 이번 6차 핵실험에서 수소탄이라고 주장하는 탄두의 위력은 50~100㏏로 추정된다. 50㏏급 핵폭탄이 서울 용산구 지표면에 떨어지면 시민 200만명 이상이 순식간에 사망하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랜드연구소의 기준을 적용하면 이번에 북한이 실험에 성공했다는 핵폭탄이 터질 경우 인명피해는 추산조차 어려울 정도다.
반대의 경우, 즉 미국이 북한을 폭격하는 경우에도 인명피해는 불가피하다. 최근 미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베퍼과학국제문제센터는 미국이 북한 핵시설을 핵 폭격할 경우 사용 탄두에 따라 적게는 수백명, 많게는 300만명의 피해가 발생하며 일본까지 방사능 낙진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 보고서는 저출력 핵폭탄으로 북한을 공격할 경우 피해를 수백명 선으로 낮게 책정해 ‘미군 당국자들로 하여금 오판할 수 있게 만드는 보고서’라는 비판에 휩싸였다.
서울이 핵 공격을 받는다면 경제적 피해도 극심하다. 랜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서울이 10㏏의 핵 공격을 받을 경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0년 동안 10%씩 떨어져 모두 1조5,000억달러가 날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2016년 국제통화기금(IMF)이 추산한 우리나라의 GDP가 1조4,112억달러라는 점을 감안하면 ‘핵전쟁=한국 경제 소멸’이라는 얘기다.
/권홍우기자 hongw@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