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일 푸젠성 샤먼에서 열린 브릭스 비즈니스포럼에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베이징=AFP연합뉴스
올가을 19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를 앞두고 글로벌 리더십 강화에 나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브릭스(BRICs) 정상회의에서 글로벌 외교패권을 노린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시 주석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연대를 확대하고 첨예하게 대치했던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도 관계 회복에 나서며 국제사회에서 위상을 높이겠다는 포부를 감추지 않고 있다. 개발도상국 간 남남(南南) 협력의 국제적 위상과 영향력을 증대하자는 목표를 내세운 브릭스 정상회의는 지난 2009년 러시아에서 첫 테이프를 끊은 뒤 매년 열려왔지만 중국 개최는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러시아·인도 등 비(非)서방 3강’ 수장이 자리를 함께한 올해 브릭스 정상회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처음 열린다는 점에서 글로벌 외교지형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회의에는 의장국인 중국의 시 주석을 비롯해 푸틴 대통령, 모디 총리는 물론 최근 불신임투표 등 국내 정치적 불안을 겪고 있는 제이컵 주마 남아공 대통령, 미셰우 테메르 브라질 대통령이 모두 참석했다. 중국은 자국에서 처음 열린 이번 정상회의에 이집트·멕시코·태국·타지키스탄·기니 등 신흥 5개국 수장도 초청했다.
신화통신과 중국중앙(CC)TV 등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브릭스 회의의 부대행사로 이날 비즈니스포럼이 개최된 데 이어 4일에는 샤먼국제회의센터에서 브릭스 국가 정상회의가 열려 이른바 ‘샤먼선언’이 통과될 예정이다. 마지막 날인 5일 오전에는 ‘상호협력 강화, 공동발전 추진’을 주제로 신흥시장국가와 개발도상국가 간의 대화가 진행된다. 회의 폐막 후 시 주석은 내외신 기자회견을 연다.
올해 브릭스 회담의 최대 관심사는 무엇보다 푸틴 대통령과 시 주석의 ‘브로맨스(bromance·남성 간 친밀 관계)’ 지속 여부와 두 달여간 이어진 국경 분쟁을 마무리한 인도와의 관계회복 가능성이다. 시 주석은 집권 이후 지금까지 푸틴 대통령과 22차례 만나며 스트롱맨 간의 브로맨스를 과시했다. 이번 브릭스 회의에서는 북한의 핵 도발로 중러 간 북핵 공조 관계를 더욱 긴밀히 할 가능성이 높다. 북핵에 대한 중국 책임론이 커지는 만큼 시 주석은 푸틴과의 정상회담에서 미국을 견제하며 북한에 대해 진전된 대안을 마련하는 데 의견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또 시 주석과 모디 총리의 만남에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외교가에서는 인도가 군 병력을 철수한 직후 모디 총리의 브릭스 정상회의 참석이 발표된 만큼 시 주석과 모디 총리 간 양자회담이 이번 브릭스 회의 기간에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두 정상이 국경분쟁 재발을 막고 중국이 발의한 일대일로 의제에서 공동협력 방안에 대한 의견조율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중국은 또 이번 브릭스 회의 때 기존 5개국에서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참여를 확대한 ‘브릭스+ 모델’을 제시하며 외연 확대에도 나설 것으로 보인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달 30일 브릭스 정상회의 사전 브리핑에서 “브릭스+ 모델은 브릭스 플랫폼을 기반으로 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해 제안했다”면서 “브릭스 국가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베이징=홍병문특파원 hb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