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관계부처 합동으로 ‘사업용 차량 졸음운전 방지대책’을 발표한 지 1개월 남짓 지났지만 또다시 졸음운전 대형 사고가 일어났다. 운전자들은 “대형 트럭은 물론 버스도 피해 다녀야 하고 앞은 물론 뒤도 살피며 운전해야 할 지경”이라며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사업주에 대한 계도 수준의 대책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사고 방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일 오후 3시55분쯤 충남 천안시 동남구 광덕면 무학리 천안∼논산고속도로 265.6㎞(순천 기점) 지점에서 A씨(57)가 몰던 고속버스가 앞서 달리던 싼타페 승용차를 들이받으며 8중 연쇄 추돌사고가 벌어졌다. 이 사고로 싼타페 운전자 B씨(48)와 함께 타고 있던 아내(39)가 숨졌고 9명이 부상을 입었다. 경찰은 버스 블랙박스 영상과 진술 등을 토대로 운전기사가 졸음운전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스의 졸음운전으로 인한 대형 사고는 한두 번이 아닌 상황. 지난해 7월에는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 인근에서 졸음운전 버스에 4명이 숨지고 38명이 다치는 대형 사고가 벌어졌다. 지난 7월엔 경부고속도로 상행선에서 졸음운전하던 광역버스 운전자가 연쇄 추돌사고를 내 2명이 사망하고 16명이 부상을 당했다. 졸음운전 대형 사고가 잇따르자 정부는 지난 7월 28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과로 예방을 위한 운전자 근로여건 개선 등을 주 내용으로 하는 대책을 내놓은았다.

하지만 기본급이 낮은 상황에서 운행시간을 늘려야 수당을 조금이라도 더 받을 수 있는 현재의 구조로는 근로여건 개선이 근본적 대책이 될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인력구조 문제든 급여 수준 문제든 초과근무를 해야 하는 상황이 빚어지는 한 무리하고 위험한 운행이 줄어들기 힘들기 때문.

게다가 근로여건 개선책은 사업용 차량에 해당되는 부분이지만 졸음운전 사고는 사업용 차량에만 발생하지 않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지난 7월 전북 장수터널에서는 2차로를 달리던 김모(57)씨의 산타페 승용차가 1차로에서 작업을 마치고 철수하던 인부 2명을 덮치는 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운전자 김씨는 경찰에 졸음운전을 했다고 밝혀 더욱 논란이 되고 있다.

/장주영기자 jjy0331@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