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통신
일본 대기업의 노동분배율이 46년 만에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일본 재무성이 4일 발표한 2·4분기 법인기업 통계조사 결과 자본금 10억엔(약 102억원) 이상의 대기업 노동분배율은 43.5%로 지난 1971년 1·4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에 그쳤다. 자본금 10억엔 미만 중소·중견기업의 노동분배율은 69.8%로 대기업보다 높았지만 1992년 2·4분기 이래 최저치로 집계됐다.
노동분배율은 기업이 생산한 부가가치 액수 가운데 임금이 차지하는 몫을 나타내는 것으로 임직원의 임금수준이 어떻게 개선 또는 악화하는지 살펴볼 수 있는 지표로 활용된다.
이번 조사 결과는 엔저 효과 및 기업 구조개혁의 영향으로 일본 상장기업들이 1954년 이래 최고 수준의 경상이익(분기 기준)을 기록한 가온데 나온 것이다.
주주 중시 분위기에 노조 약화
임금인상 폭 상대적으로 낮아져
로봇 등 활용한 IT기업도 늘어
일본 기업들의 실적이 크게 개선됐음에도 노동분배율이 고도성장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진 것은 기업들의 이익증가에 비해 근로자들의 임금인상 폭이 상대적으로 작았기 때문이다. 기업 이익이 전후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지만 올 2·4분기 대기업 인건비는 전년 대비 1.7% 늘어난 수준에 그쳤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기업의 수익환경 개선과 비교했을 때 임금인상 속도는 완만한 편”이라며 노동자들이 상대적으로 제 몫을 챙기지 못하는 상황이라는 점을 지적했다.
다카다 하지메 미즈호종합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주주중시 분위기 및 노동조합 조직률 저하 등으로 노동자의 (임금 등) 교섭력이 약해진 것이 노동분배율 저하와 이어져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기업이 벌어들인 수익을 임금이나 주주 배당 등에 쓰기보다 사내유보금으로 쌓아두는 풍조 역시 노동분배율 하락에 일조한 것으로 지적된다. 일본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지난해 기준 사상 최고치인 400조엔을 돌파한 상태다. 아울러 정보기술(IT) 발달로 로봇 등의 힘을 빌려 이윤을 창출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노동자의 땀이 기업 수익에 기여하는 몫이 줄어들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