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순집 대한비만학회 이사장 "비만은 질병…인식 바꿔 예방적 접근을"

유순집이사장(부천성모병원 내분비내과)


“우리나라의 경우 비만에 대한 인식과 사회적 관심, 정책 자원의 투입 등 모두 분야에서 문제가 많습니다. 공적인 관심과 자원 투입이 필요한 ‘질병으로서의 비만’은 개인적 문제로 치부되며 주목을 받지 못하는 반면 다이어트·성형 등 ‘미용으로서의 비만’이 집중적 관심을 받고 있죠.”


유순집(사진·57) 대한비만학회 이사장은 4일 서울경제신문 취재진과 만나 비만에 대한 국내 인식이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그는 “비만이 다른 질병에 비해 서서히 진행되는 만큼 심각성을 깨달았을 때는 (치료가 효과를 볼) 시점이 늦은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비만은 질병이라는 인식의 전환이 하루 빨리 이뤄져야 비만 예방 사업 등 선제적 접근이 뒤따를 수 있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한비만학회는 비만 예방과 치료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국내 학술단체다. 특히 비만 문제에 국민적 관심을 모으고 비만을 미용이 아닌 질환의 관점에서 바라보도록 인식 전환을 촉구하는 일은 가장 열정을 쏟는 분야다. 지난 2010년부터 ‘비만 예방의 날’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도 그 일환이다. 또 지난달 31일부터 4일간은 2007년 열린 ‘제4차 아시아-오세아니아 비만학술대회’를 통해 주창했던 ‘서울선언’ 10주년의 성과와 방향을 짚어보는 뜻깊은 행사도 치뤘다.

유 이사장은 “일본의 경우 지난 2006년 의료개혁 관련 법안에 따라 생활습관병 대책을 수립했고, 2008년부터 공적 의료보험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비만의 대표 지표인 ‘대사증후군’을 정기적으로 검진하도록 지도했다”면서 “이런 노력에 힘입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국가 중 비만율이 가장 낮은 국가로 평가 받는 상황을 주의깊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성인 비만율이 인구의 5.3%에 불과해 일본과 함께 날씬한 나라 중 하나로 꼽힌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비만율 증가 추세를 보면 안심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비만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비만(과체중 포함)인구는 2006년 233만 명에서 2015년 406만 명으로 2배 가까이 늘었다. 유 이사장은 “비만의 예방과 치료의 핵심은 식습관 등 생활습관 교육에 달려있다”며 “합병증이 있어 건강에 적신호가 켜진 비만 환자의 습관 교육과 함께 비만 환자를 위한 약물 치료부터 의료보험 급여를 적용하는 등 적극적인 자원 투입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경미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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