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창원의 한국GM 공장에서 직원들이 다마스의 차체를 생산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GM
한국GM 사무직 근로자 1,500명이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에서 법원이 근로자 편을 들어주면서 회사는 90억원을 웃도는 추가 수당을 부담하게 됐다.한국GM은 지난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당기순손실 2조4,800억여원을 기록했으며 최근 손실 폭은 더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법원은 오히려 하급심 때와는 달리 입장을 바꿔 근로자에게 추가 수당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서울고법 민사1부(김상환 부장판사)는 한국GM 전·현직 사무 근로자 1,482명이 낸 통상임금 소송에서 이같이 판결했다고 4일 밝혔다. 근로자들이 제기한 소송은 3건이며 이 가운데 2건은 대법원이 돌려보낸 파기환송심이고 나머지 1건은 2심이다. 재판부는 파기환송심 2건에 대해 각각 65억원과 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해 근로자들의 청구 수당 중 1억원만 빼고 모두 인정했다. 2심 사건에서도 근로자가 청구한 21억7,600만원 가운데 20억7,6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단했다.
반면 귀성여비·휴가비·개인연금보험료·직장단체보험료는 통상임금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대법원은 이러한 임금이 “소정 근로의 대가도 아니고 고정적인 임금이라고 할 수도 없어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는 취지로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파기환송심을 맡은 서울고법 민사1부도 대법원의 결론을 따랐다.
문제는 고법이 이번 소송 3건에서 “근로자의 추가 수당 청구가 신의성실 원칙에 위배된다”는 사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2013년 12월 전원합의체 판결에서 정기상여금을 포함시켜 통상임금의 범위를 확장했다. 그러면서도 새 통상임금을 반영한 노동자의 추가 수당 요구가 회사 경영을 위태롭게 한다면 민법상 대원칙인 신의칙에 위배돼 허용할 수 없다고 봤다.
하지만 이번 한국GM 소송 재판부가 대법원 판결 취지에 맞게 기업 현실을 제대로 검토했는지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한국GM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누적 당기순손실이 2조4,870억원(별도 회계기준)에 이른다. 특히 최근 2년간 순손실이 1조6,000억원에 달해 손실 폭이 갈수록 커지는 모양새다.
특히 청구액 22억원대 2심 소송 결과는 1심의 신의칙 위배 판단을 뒤집는 판결이라 법원이 일관된 원칙 없이 신의칙 적용을 판단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앞서 이 소송의 1심 재판부는 “한국GM이 보유한 현금을 추가 수당 지급에 사용할 경우 심각한 유동성 위기를 겪을 수 있다”며 “업적연봉에 대한 추가 수당 요구는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판결했다.
/이종혁기자 2juzs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