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율곡로 현대그룹빌딩에서 열린 현대상선-대우조선해양 VLCC(초대형 원유 운반선) 5척 건조계약식에 참석한 정성립(왼쪽) 대우조선해양 대표이사, 유창근 현대상선 대표이사가 협약서에 서명한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에 현대상선이 발주한 발주한 VLCC 5척은 최초의 선박펀드로 진행되는 사업이다./이호재기자.
현대상선이 정책금융기관의 선박 신조 프로그램(선박펀드)을 활용해 대우조선해양에 초대형 유조선 5척을 발주하는 투자를 마무리지었다. 신조선박프로그램을 지원받는 첫 사례다. 4일 서울 종로구 연지동 현대상선 본사에서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과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은 VLCC 건조에 대한 본계약 체결식을 가졌다. 이번 계약에 따른 VLCC는 모두 30만톤급(DWT) 이상의 초대형 유조선 5척으로 총 4,700억원 규모다. 지난 4월 초대형유조선 5척(추가 5척 옵션)에 대한 건조의향서(LOI)를 체결한 뒤 5개월만에 본계약을 체결하게 됐다.
이번 계약은 정부가 조성한 선박펀드를 활용한 첫 사례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의 일환으로 2조6,000억원 규모의 선박펀드를 조성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전체 자금 중 60%는 민간 금융기관이 참여해 무역보험공사가 보증을 제공하고, 40%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캠코 등이 참여하는 구조다.
선박펀드 출범은 쉽지 않았다. 애초 정부는 선박펀드를 활용할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하고 여기서 발주한 선박을 해운사에 임대할 계획이었다. 그런데 관계기관이 발주사를 SPC로 할 경우 해양사고 등이 발생했을 때 책임소지가 불분명해진다며 난색을 표했다.
하지만 논의 끝에 SPC가 아닌 한국선박해양이 선박을 발주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으면서 어렵사리 첫발을 내딛게 됐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선박펀드가 지연되면서 비판 여론이 비등한데다 한국선박해양이 발주를 하게 되면 SPC가 발주를 할 때보다 책임 소재가 명확해지는 만큼 관계 기관이 이 안에 합의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계약은 대우조선에 단비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정성립 대우조선 사장은 “국내외 선주들은 대우조선의 기술력과 경쟁력에 여전히 높은 신뢰를 보내고 있다”며 “이런 선주들에게 좋은 품질의 선박을 제공하고 회사를 정상화해 보답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상선은 이번 발주를 시작으로 덩치를 키우는 국제 해운사들 틈바구니에서 생존을 모색할 계획이다. 선사들이 선가가 바닥을 찍은 지금을 기회로 잡고 최신 선박 건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유창근 현대상선 사장은 “VLCC 신조선가는 2003년 이후 역대 최저가 수준이어서 지금이 기회”라며 “우리나라 조선·해운이 동반 성장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우보기자 ubo@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