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로써 우리 정부는 수톤에 이르는 탄두를 탄도미사일에 실어 북한의 각종 지하 전략시설물들을 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다. 이미 우리 군은 ‘현무’시리즈 등의 초정밀 탄도미사일 기술을 갖추고 있어 탄두 중량 제한만 해제된다면 사실상 준(準)전략급 탄도미사일 전력을 단기간에 개발해 북핵 위협에 맞설 수 있게 된다. 현재 우리나라의 탄도미사일 개발 역량은 한·미간 미사일지침에 따라 중량 500㎏, 사거리 800㎞로 제한돼 있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이 4일 밤 10시 45분 부터 약 40분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통화를 갖고 이 같이 전격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합의에 따라 앞으로 미사일지침이 개정되면 한국이 한층 강력한 탄도미사일 전력을 갖추게 된다. 이를 통해 북한 전역에 은폐된 전략 및 전술적 자산들을 파괴할 능력을 갖출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민국이 미국으로부터 나이키-허큘리스 미사일을 수입한 이후 반세기만에 사실상 무제한의 독자적인 탄도미사일 전력을 갖출 수 있는 국방역사의 분기점에 서게 됐다. 탄두중량 제한 해제는 사실상 사거리 제한 해제 효과도 수반한다. 탄두중량과 사거리간 일명 ‘트레이드 오프(trade-off)’관계 때문이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통화에서 지난 3일 북한이 감행한 6차 핵실험을 강력히 규탄했다. 두 정상은 이번 핵실험이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엄중한 도발’이라는 데 인식을 함께 했다. 문 대통령은 금번 핵실험이 과거보다 몇 배 더 강력한 위력을 보였다는 점, 북한 스스로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장착용 수소탄 실험이라고 주장했다는 점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어서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이제는 차원이 다른, 그리고 북한이 절감할 수 있는 강력하고 실제적인 대응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도 전적으로 공감을 표하고 긴밀한 협력을 약속했다. 아울러 미국의 철통같은 대한방위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박 대변인은 전했다. 두 정상은 강력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바탕으로 북한의 도발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방안을 모색하고 향후 도발 가능성에 철저히 대비해 나가기로 하였습니다.
두 정상은 북한의 거듭되는 핵 및 미사일 도발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의 일환으로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THAAD) 임시 배치를 한국의 국내 절차에 따라 최대한 신속하게 완료하기로 했다. 관련 환경평가 등이 마무리되면 이르면 이달중으로 사드 배치가 이뤄질 전망이다.
두 정상은 지금은 북한에 대해 최고로 강력한 압박과 제재를 가해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하고, 그 일환으로 우선 보다 더 강력한 유엔 안보리 제재 결의를 추진하기로 했다. 한미 정상은 이달 중순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유엔 총회를 계기 재회하기로 했다. /민병권기자 newsroo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