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들이 ‘성과=수수료’를 내세우며 성과보수형 펀드와 랩 상품을 출시했지만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높은 보수에 비해 수익률이 따라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성과보수라는 새로운 금융상품 트렌드가 쉽게 정착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내놓고 있다.
4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신한금융투자가 지난 7월 초 출시한 ‘신한 함께 성과형랩’의 두 달간 가입금액이 2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최소 가입금액이 5,000만원인 점을 고려할 때 가입자가 30명대에 그친 것이다. 이 상품은 기본 보수 없이 고객 자산에서 수익이 발생했을 때만 성과보수를 받는다는 콘셉트를 내세워 업계의 주목을 받은 상품이었다. 지난해 교보증권(030610)이 출시한 ‘교보 스마일투게더 랩’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 역시 보통의 랩 상품과 달리 기본 보수와 매매 수수료를 없애고 성과보수만 부과하는 상품으로 500억원을 한도로 지난해 말까지 한시적으로 판매됐다. 하지만 이 같은 한도액이 무색하게 가입금액은 1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재 출시된 12개 성과보수형 펀드의 설정액(8월30일 기준)은 348억원에 불과하다. 펀드별로는 ‘삼성 글로벌ETF 로테이션 성과보수’가 103억원, ‘신영 마라톤 중소형주 성과보수’가 76억원, ‘트러스톤 정정당당 성과보수’가 59억원이었으며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의 4개 상품이 99억원으로 겨우 체면치레했다. 이 밖에 ‘KB 글로벌 분산투자 성과보수’는 6억원, ‘대신 로보어드바이저 자산배분 성과보수’는 3억원, ‘신한BNPP 공모주&밴드트레이딩50 성과보수’는 2억원이었으며 ‘미래에셋 배당과인컴30 성과보수’와 ‘한국투자 에셋클래스 성과보수’의 설정액은 1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성과보수형 상품이 외면받는 가장 큰 이유는 기대와 달리 수익률에 있어 일반 펀드와 차별화하는 데 실패했다는 점이다. 신한 함께 성과형랩은 평균 -1~-2%로 손실을 내고 있다. 성과보수형 펀드의 수익률도 부진하다. 최근 1개월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A클래스 기준)은 KB 글로벌 분산투자 성과보수로 0.59%에 그쳤으며 ‘에셋플러스 알파로보 글로벌 인컴 성과보수’가 0.19%로 간신히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한 증권사의 프라이빗뱅커(PB)는 “고객들은 랩이나 펀드의 수수료가 2%이든, 3%이든 높은 수익만 보장된다면 성과보수를 낼 의향이 충분히 있다고 말한다”며 “문제는 이런 고객들의 의지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성과 연계 상품의 수익률이 부진해 고객들을 전혀 유인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점의 직원들이 판매를 꺼렸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기본 보수가 0%인 만큼 상품이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수익을 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대표 계좌의 수익률이 20%대로 우수한 교보 스마일투게더 랩이 흥행에 실패한 이유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수익이 나지 않으면 보수를 받지 않는 구조이다 보니 판매 직원들 입장에서는 리스크가 있어 영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김연하기자 yeon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