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2015년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왼쪽)이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데뷔앨범 발매 간담회에서 악기를 조율하고 있다. /연합뉴스
“데뷔 앨범에서 모차르트·베토벤과 같은 고전 작품을 연주하며 첫발을 뗀 만큼 두 번째, 세 번째 앨범부턴 선택의 폭이 훨씬 넓어지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지난 2015년 세계 3대 콩쿠르 중 하나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한국인 바이올리니스트로는 처음 우승을 차지한 임지영(사진)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문호아트홀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다음 앨범에선 차이코프스키나 브람스 등 로맨틱하고 모던한 협주곡을 시도해 볼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임지영은 워너 클래식과 손잡고 지난 1일 인터내셔널 데뷔 앨범을 발매했다. 워너 클래식에서 앨범을 발매한 한국인 아티스트는 임지영이 여덟 번째다.
그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한 이듬해인 지난해 3월 서울국제음악제 심사위원으로 방한한 알랑 랑세롱 워너 클래식 사장의 눈에 띄어 계약을 맺었다. 같은 해 12월 베를린에서 첫 녹음을 시작한 이번 앨범엔 모차르트 소나타와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1번 등이 담겨 있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결선에 오른 12명을 외부와 단절한 상태로 브뤼셀 인근 음악원에 8박9일간 머물게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임지영은 “멀고 먼 타지에서 누가 끝까지 ‘정신줄’을 놓지 않고 버티느냐가 관건이었다”며 “열심히 준비한 대로 실력을 발휘하자는 마음으로 수월하게 집중하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돌이켰다.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성장한 대부분의 국내 연주자들이 일찌감치 유학 생활을 시작한 것과 달리 올해 22세인 임지영은 지난 2월 독일의 크론베르크 아카데미에서 처음 홀로서기를 시작했다. 그는 “콩쿠르 우승 후 2년 동안 우승자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다”며 “어느 순간이 되니 ‘우승자 임지영’이 아닌 ‘바이올리니스트 임지영’의 색깔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홀로서기를 통해 나만의 음악 세계를 구축하는 굉장한 자유로움을 느끼고 있다”며 “이전엔 음악을 좋고 싫음으로만 구분하곤 했는데 이젠 보다 포용적인 태도로 음악을 품어 안는 여유를 배우려고 한다”고 전했다.
임지영은 데뷔 앨범에서 이미 호흡을 맞춘 피아니스트 임동혁과 오는 19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공연을 시작으로 화성(23일), 청주(24일), 서울 예술의전당(26일), 대전(27일) 등을 돌며 앨범 발매 기념 콘서틀 연다. 임지영은 “앨범 녹음을 하기 전엔 임동혁 씨를 떠올리면 왠지 고뇌하는 듯한 예술가의 이미지가 강했다”며 “막상 녹음을 시작하자 마치 사촌오빠처럼 나를 편안하게 해줬고 곡 해석도 따로 조율이 필요 없을 만큼 잘 맞았다”고 소개했다. 이어 “전국 투어 공연을 위해 사흘 전부터 또 함께 리허설을 시작했는데 오빠는 나를 빛나게 해주는 훌륭한 파트너”라며 “앞으로 오랫동안 서로를 반짝이게 하는 파트너가 돼 주길 기대한다”고 소망했다.
한국예술영재교육원을 거쳐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공부한 임지영은 ‘순수 토박이’다. 2014년 미국의 ‘인디애나폴리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동메달을 딴 그는 이듬해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일약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부상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