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바이오, 글로벌 도약하려면 기술 이전 두려움 극복해야"

오베르그 보스턴컨설팅 글로벌 헬스케어 총괄·스웨덴 대표



“한국 바이오기업이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려면 기술이전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요한 오베르그(사진) 보스턴컨설팅그룹 글로벌 헬스케어 총괄 겸 스웨덴 대표는 최근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한국은 우수한 인력과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글로벌 바이오 시장의 새로운 강자”라며 “하지만 제조업에 치중된 보수적인 기업문화가 글로벌 바이오 강국으로 도약하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베르그 총괄은 대표적인 사례로 기술이전을 꺼리는 한국 바이오제약기업의 폐쇄성을 꼽았다. 그는 “지난해 한미약품이 사노피에 수출한 기술이 일부 반환되면서 시장으로부터 비난을 받은 걸로 알고 있는데 글로벌 바이오 시장에서는 늘 일어나는 일”이라며 “글로벌 무대에서 존재감이 없었던 한국 기업이 다국적 제약사를 상대로 기술을 수출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약의 기술이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편견으로 한국 바이오기업들이 일종의 성장통을 겪고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시장의 강자로 부상한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에 대해서도 호평했다. 그는 “두 회사가 경쟁을 하면서 한국은 세계적인 바이오시밀러 강국으로 자리매김했다”며 “다만 글로벌 바이오기업들도 시행착오를 겪었던 만큼 셀트리온과 삼성 역시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을 출시하기까지는 당분간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 기업들의 경쟁력 강화 방안으로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꼽았다. 오베르그 총괄은 “신약 후보물질 탐색부터 임상 3상까지 혼자 진행해서는 비용과 시간의 부담으로 인해 실패할 확률이 높다”며 “바이오벤처기업으로 출발한 제넨텍과 암젠은 초기부터 대형 바이오기업과 손잡고 연구개발을 진행한 끝에 신약 개발이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헬스케어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스마트 헬스케어의 핵심 분야인 의료기기에 대한 경쟁력도 키워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약 개발에는 상대적으로 높은 경쟁력을 갖췄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한 의료기기 시장에서는 아직 한국이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이 최근 선정한 100대 글로벌 성장기업에서도 의료기기 전문기업으로는 중국 업체가 유일하게 이름을 올렸다.

오베르그 총괄은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가전 기업을 보유한 만큼 스마트 헬스케어 시장에서도 충분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의약품은 미국과 유럽이 가장 큰 시장이지만 의료기기는 중국과 인도 등 신흥국이 가장 성장세가 높다는 점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성기자 engin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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