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국립방재과학기술연구소가 압축공기 분사를 통해 지진 피해 최소화하는 첨단 장치를 실험하고 있다./NHK화면 캡쳐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강진으로 큰 피해를 입는 일본에서 공기의 힘을 이용해 지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장치가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압축공기를 분출해 건물을 공중으로 띄워 수평·상하로 연이어 찾아오는 지진파를 피한다는 발상에서 출발한 이 장치가 현실화한다면 지진대응 시스템의 틀을 바꿔놓을 것으로 기대된다.
5일 NHK 보도에 따르면 일본 국립 방재과학기술연구소와 민간기업 히타치제작소, 세쓰난 대학교 연구소 등이 참가한 연구팀은 압축공기를 분사해 건물을 지면에서 0.06㎜ 가량 띄워 지진 수평파(P파)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하는 장치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2년에 걸쳐 개발한 이 장치에 특수 용수철을 장착할 경우 상하방향의 수직파(S파)의 진동도 흡수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 장치는 작은 구멍에서 1분간 약 800리터의 공기를 분사해 건물을 미세하게 띄우는 것이 핵심이다. 육안으로는 지극히 얇은 공기층이 만든 장치와 지면의 틈을 확인하기 어려울 정도다.
이는 건물과 지반 사이에 고무나 납 등을 넣어 진동을 줄이는 면진법, 유압으로 지동을 억제하는 댐퍼장치 등의 제진법 등이 주를 이룬 기존의 내진 방식과 접근방식 자체를 달리하는 것이다.
일본 국립 방재과학기술연구소의 효고지진공학연구센터에서 내진 실험을 진행하고 있다./일본국립 방재과학 기술연구소
새롭게 개발된 이 장치는 일본 효고현 미키시에 마련된 세계 최대의 대규모 구조물 진동파괴 실험시설인 ‘이 디펜스(E-Defense)’에서 이미 완벽한 성능을 발휘한 바 있다. 연구팀은 지난해 4월 구마모토 지진(매그니큐드 7.3)과 6년 전의 동일본대지진(매그니튜드 9.0) 등에서 관측된 강도의 진동을 대입해 장치를 실험한 결과 수평방향 진동을 최대 100분의 1, 상하진동을 10분의 1이상 억제하는 데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관측 진동에 15%를 더해 실험을 실시했을 때에도 지진차단 장치는 거의 움직이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앞으로 이 장치를 대량 설치하고 그 위에 500~1,000톤 무게의 빌딩을 실제로 얹어, 지진 피해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떠 있는 도시’ 구상을 현실화하겠다고 밝혔다.
가지하라 고이치 방재과학기술연구소 효고현 내진공학연구센터장은 “지진을 견디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진을 견딜 필요가 없는 장소를 만들어 생활하는 도시를 실현하기 위한 연구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수민기자 noenemy@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