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A 2017 결산] 中·日, TV·세탁기 등서 바짝 추격...삼성·LG '차원 다른 혁신' 과제로

소니 등 13곳 OLED TV 출시
혁신기술·디자인 상향 평준화
가전업계 지도 크게 바뀔수도

상부 드럼 세탁기·하부 전자동 세탁기를 결합한 혁신 기술로 프리미엄 세탁기 시장의 인기 상품으로 자리매김한 LG전자 ‘트윈워시’ 작동 모형. 최근 비슷한 아이디어와 기술을 적용한 세탁기가 늘면서 차별점이 적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사진제공=LG전자


중국 하이얼이 대대적으로 홍보 중인 ‘듀오 드라이’ 세탁기. 상부에 드럼세탁기, 하부에 세탁기·건조기 기능을 결합했다./사진=신희철기자


글로벌 가전 선두주자인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가 ‘차별화 한계’에 봉착했다. 그동안 혁신적인 기술과 디자인으로 시장을 선도해왔지만 업계 전반의 상향 평준화가 이뤄지면서 일부 프리미엄 제품 외엔 눈에 띄는 것이 없다는 지적이다.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스마트홈·인공지능(AI) 투자에도 상당수 업체가 가담한 만큼 내년부터 가전업계 지도가 크게 바뀔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독일 베를린에서 열린 ‘국제가전박람회(IFA 2017)’에서 삼성전자·LG전자 관계자들이 상당한 위기감을 느꼈다. 브랜드 인지도와 기술력에서 한참 아래라고 봤던 중국 업체들의 굴기가 가장 큰 이유다. 여기에 △전통 강자인 일본 업체들의 화려한 부활 △보수적이던 유럽 업체들의 변화 등을 실감했다는 설명이다.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사실 이번 IFA에서는 국내 기업들이 확실한 차별점을 보여주지 못했다”며 “내년 미국 국제가전박람회(CES)에서 어떤 혁신을 선보여야 할지 심각한 고민에 빠졌을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 분리형 세탁기 등에서의 추격이 만만찮다. 모두 국내 업체들이 프리미엄 제품을 앞세워 높은 수익을 거두던 분야로 이번 IFA에서 OLED TV를 고가 제품으로 선보인 업체는 13곳에 달했다. 일본 소니·파나소닉, 중국 스카이워스·창훙, 유럽 뢰베·뱅앤올룹슨 등이 55인치 이상의 초고화질 OLED TV를 내놓았다. IFA 전시장에서 만난 업계 관계자는 “화질이나 디자인이 모두 뛰어나서 사실 브랜드 이름만 바꿔 달면 구분하기 힘들 정도”라며 “그나마 차별점이던 삼성전자 라이프스타일 TV ‘더프레임’이나 LG전자 OLED TV의 ‘갤러리 모드’ 역시 금방 베껴질 것”이라고 평했다.

세탁기의 경우 삼성전자 애드워시, LG전자 트윈워시를 연상하게 하는 아이디어 상품이 눈에 띄었다. 중국 하이센스가 세탁통이 세 개인 ‘트리플 워셔’를 선보였고 하이얼은 상·하단에 각각 드럼세탁기를 적용한 ‘듀오 드라이’를 전시장 전면에 배치했다. 하나의 세탁기에 여러 세탁 통을 넣는 것은 진동 등의 이유로 상당한 노하우가 필요한 기술이다.

스마트홈과 AI, 사물인터넷(IoT) 분야도 웬만한 업체의 진입이 이뤄진 상태다. 이번 IFA에 참가한 1,600여개 업체 중 무려 700여개 업체가 자사 가전과 아마존 음성인식 스피커 ‘아마존 에코’와의 연동을 소개했다. 밀레·보쉬·지멘스 등 가전 본연의 기능을 고집하던 유럽 업체들도 각종 스마트홈 기술을 뽐냈다.

결국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이번 IFA에서 ‘차원이 다른 혁신’이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두 업체 모두 AI 생태계 확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소비자 사용 경험을 획기적으로 늘릴 만한 신제품이나 마케팅이 부족한 상태다. 이와 관련,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은 “내년 빅스비 탑재 AI 스피커를 선보일 것”이라고 밝혔고 송대현 LG전자 사장은 “2020년까지 스마트홈 관련 투자와 인력을 2배로 늘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베를린=신희철기자 hcshin@sedaily.com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